공맹孔孟에게 길을 묻다
어느 날 공자가 제자들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모두들 평소에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던데, 세상이 너희들 실력을 알아주는 때가 오면, 너희들은 무얼 어떻게 할 것이냐? 솔직하게 말해보아라.”
그러자 정치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부터 공무원이나 해먹겠다는 사람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죠. 그런데 아들과 함께 공자 밑으로 들어와 공부하던 늦깎이 제자인 증점曾點은 들은 척도 아니하고 작은 소리로 거문고만 튕기고 있었다고 합니다. 공자가 그 모습을 보고 그를 콕 찍어 물어봤죠. 그러자 “저는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르고 이상한데….”라며 머뭇거리다가 공자가 재차 대답할 것을 채근하자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봄이 무르익은 늦은 봄날, 가뿐한 옷차림으로, 젊은 친구들 대여섯 명과 어린아이 예닐곱 명과 어울려 물놀이 가서 첨벙거리며 노닐고, 시원한 바람을 쏘이며 콧노래나 흥얼거리다가 돌아올랍니다.”
그 말을 듣고 공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도 제발 거기에 끼워다오!”
사람이 본래 지니고 태어난 바른 마음을 되찾아 간직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더욱 크게 키워내는 것, 그것이 공맹孔孟의 가르침입니다. 그렇다면 바른 마음이란 무엇일까요.
퇴계가 선조에게 올린 <성학십도聖學十圖>를 보면 바른 학문에 대한 10가지 그림이 나옵니다. 17세의 나이로 임금의 자리에 오른 선조에게 주는 68세 노학자의 충고였죠. 선조는 별다른 정치적 입지도 없었고 정통성도 별로 없는, 왕가王家의 방계혈통을 이어받은 사람 중 하나에 불과했었습니다. 퇴계는 당대 최고의 학자로 추앙받던 사람이었죠. 그가 선조에게 올린 <성학십도>에는 「심학도心學圖」가 등장합니다. ‘마음을 바르게 가다듬는 공부를 위한 그림’ 정도가 될 텐데요, 그 그림을 보면 도심道心, 본심本心, 양심良心과 함께 적자심赤子心이 나옵니다. ‘적자赤子’란 어린아이를 뜻하는 것이니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심童心과 같은 것이겠지요. 임금에게 동심을 가지라고 권한 것입니다.
공맹孔孟의 학문은 어린이를 위한 학문이 아닙니다. 나이불문입니다. 퇴계가 말한 ‘성학聖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어른이냐 어린이냐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아동문학도 더 이상 ‘어린이를 위한 문학’이나 ‘어린이에게 읽힐 목적으로 만든 문학’에 머물지 않는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도심, 본심, 양심이 적자심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All ages admitted. 영화로 따지면 ‘전체 관람가’ 정도가 되겠지요.
그래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공맹의 학문, 주자의 학문, 퇴계와 율곡의 학문에서 아동문학의 사단四端을 찾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잘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저 증점이 물놀이 갈 때 따라갈 수 있을 정도, 같이 간 사람들에게 ‘물 좀 텀벙거릴 줄 아는구나! 콧노래 흥얼거릴 줄 아는구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 아니 손가락질만 당하지 않을 정도라도 되었으면 하는 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문학평론을 시작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이제야 처음으로 평론집을 묶어냅니다. 그런데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주周나라 소공召公은 성왕成王에게 “자식을 낳는 일은 우주가 처음 생겨나는 것과 같은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하늘이 내려준 바른 이치를 따르겠다는 간절하고도 단정한 마음으로 자식을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충고했다고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책을 엮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래서 부끄럽습니다.
맹자는 “아무리 지혜가 뛰어나다 하더라도 적절한 때를 만나야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지금이 적절한 때인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래서 얼굴이 붉어집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정성스럽게 쓴 것들이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책을 내놓습니다.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마음을 지니고 있으니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맹자가 말한 네 가지 씨앗, 사단四端 중에 적어도 하나는 지니고 있다는 뜻이니 말입니다.
예전부터 ‘말이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곤 했습니다. ‘박학다식博學多識’이 아니라 ‘잡학다변雜學多辯’인 셈이었죠. 잡雜을 박博으로, 변辯을 식識으로 바꾸는 공부를 하는 중입니다. 그 과정의 하나로, 반성의 의미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기 위해서 책을 묶었습니다.
마흔이 다 된 나이에 아동문학을 배우겠다고 불쑥 나섰습니다. 그런데 기특하다고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신 선생님들이 계셨습니다. 거칠고 어설픈 글을 가다듬도록 도와주신 선생님들, 천둥벌거숭이처럼 철없이 함부로 덤벙거리는 저를 귀엽게 봐주신 여러 선배님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늘 힘이 되어준 문우들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올립니다. - 머리말
이 책에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따스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환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너무 작은 사랑에 지쳐, 오히려 사랑이 미움으로 변하기 쉬운 요즘입니다. 더욱 큰사랑으로 세상을 밝혀주는 당신이 되기를 바랍니다. 가난했던 지난 시절이 행복했던 이유는 서로 아끼는 마음이 풍족했기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