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이의 관혼상제 이야기>를 발간하며
지금 한국 사회는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혼 이주여성들이 우리나라에 정착하기 시작한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이제 한국 사회는 더 이상 단일민족 사회가 아닙니다. 어쩌면 단일민족이라는 것도 실재가 아니라, 단지 하나의 상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한국 사회가 한반도라는 한정된 지역 내에서 오랫동안 상당한 동질성을 유지하여 오긴했지만, 한반도 밖의 세계와도 연관을 맺어왔던 사실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세계가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단일민족 신화는 더 이상 설득력을 얻기 힘들 것입니다. 외국과의 물적 교류뿐만 아니라 인적 교류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거리에서 외국인과 마주치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닙니다. 그 외국인들 중 많은 사람들은 한국으로 여행을 온 사람들이 아니라,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우리와 함께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시대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단일민족, 단일문화라는 신화가 아직 우리 의식 속에 적지 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와 같은 시대 역행적 의식을 갖고 있는 한 우리 사회의 ‘낯선 존재’들은 구별되고 차별될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그들을 억지로 우리와 ‘같게’ 만들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동화’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한 우리 사회는 세계가 지향하는 ‘더불어 사는 세계’로 발전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가 ‘낯선 존재’들과 함께 ‘우리’가 되어 ‘더불어 사는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낯선 존재’와 그들의 문화를 올바로 이해하고 그들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합니다. 즉, ‘다름’을 ‘다름’으로 받아들이고, 그 나름의 가치를 인정하며, 서로 ‘다름’ 속에도 ‘같음’이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처럼 ‘다름 속의 같음’을 인식하고 구현하는 것이 집필자들이 꿈꾸는 가치입니다.
집필자들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다양성 속의 조화로운 사회’가 구축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번에 발간하는 <다문이의 관혼상제 이야기>도 그 노력의 일환입니다. 집필자들은 이미 <엄마 아빠 다문화 이야기> 책을 펴낸 바 있습니다. 각 나라에 전해 내려오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하여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였습니다. 이번에 발간하는 <다문이의 관혼상제이야기>는 그 두 번째 결실입니다. 이 책에서는 ‘탄생과 어른 되기’, ‘결혼하기’, ‘죽음을 받아들이기’, 그리고 ‘돌아가신 분을 기리기’라는네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한국과 중국, 몽골, 베트남의 문화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이야기로 재구성하여 엄마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볼 수 있도록 꾸몄습니다. - 머리말 중에서
<다문이의 세시풍속 이야기>를 발간하며
우리의 친구 ‘다문이’가 세 번째 이야기를 가지고 다시 찾아왔습니다. 이번에는 ‘세시풍속 이야기’입니다. ‘다문이’가 들려준 첫 이야기는 한국과 중국, 베트남, 몽골의 재미있는 ‘옛날이야기’였습니다. 두 번째로는 ‘세시풍속 이야기’를 통해 태어남과 결혼, 죽음과 제사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주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네 나라 이야기입니다. ‘세시풍속’이 한 사람과 가족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라면, ‘세시풍속’은 마을 공동체, 나아가 나라와 겨레가 함께 어우러지는 이야기입니다.
네 나라의 세시풍속을 살펴보았더니, 저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설날’과 ‘추석’에 해당하는 명절을 모두 즐겁고 성대하게 쇠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네 나라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명절인 ‘설날’과 ‘추석’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살펴봤습니다. 한국과 중국, 베트남, 몽골의 설날과 추석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 재미나는 읽을거리와 다채로운 그림들로 꾸며보려고 했습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 나라마다 만들어내는 전통적인 풍속들을 비교하면서 즐겨보시면 좋겠습니다. 네 나라에는 설날과 추석 외에도 흥미로운 세시풍속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실은 너무 많아서 다 소개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나라마다 중요한 세시풍속을 세 가지씩 따로 뽑아 서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한국은 정월대보름과 단오, 동지입니다. 중국은 위안샤오지에, 칭밍지에, 뚜안우지에입니다. 베트남은 뗏도안응오, 뗏쭝응우옌, 뗏따오꿘입니다. 그리고 몽골은 망아지 인장 찍기 날, 에스기 만드는 날, 가을 17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명절 이름만 들어도 벌써 호기심이 샘솟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네 나라의 이야기를, 네 나라의 언어로 동시에 읽으면서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면 우리는 비록 비행기를 타고 그 나라에 직접 가보지 않더라도 예부터 내려오는 독특하고 재미나는 풍속이 아직도 그 나라 사람들의 삶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다른 나라에 대한 이해심도 넓어지게 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엄마나 아빠가 네 나라 중 한 곳에서 오신 분이라면 엄마 아빠 나라의 문화가 더더욱 자랑스러워질 겁니다.
여러 선생님의 노고와 정성이 필요했습니다. 집필과 번역을 맡은 해당 언어권 교수님들은 물론이고, 우리말 글을 잘 다듬어 주신 박영기 선생님과 자료 수집과 교정을 맡아주신 한국외국어대학교 다문화교육원의 신승혜, 윤주한, 강소영, 이오암 연구원들도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역시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에서 편집, 제작을 맡아서 매 회의 때마다 함께 진행해주신 신선호 선생님, 생생하고 멋진 그림을 그려주신 이남지 작가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책을 읽게 될 어린이들이 훨씬 더 넓은 세상을 품고 살아가는, 넉넉하고 듬직한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다문이’는 이제 또 더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준비하러 가야겠습니다. 다음 이야기로 다시 만날 때까지 언제나 건강하길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