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밤늦게야 동굴 탐사를 마쳤습니다. 다음 날 아침 9시, 나는 할아버지께 안부 전화를 드렸습니다. 할아버지는 시계추처럼 정확하게 연구실에 나와 계셨습니다. 힘이 드셔서 집에서 쉬시지 않을까 싶었는데 말이지요. 할아버지는 이런 분이랍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남궁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볼까요? 평생 동안 거미에 빠져 거미를 좇아다닌 이야기를요. 외롭지만 올곧게 사신 할아버지의 거미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여러분도 나처럼 할아버지를 따르고 좋아하게 될 것 같군요.
수많은 강을 돌아보며 내내 안타깝던 것은 콘크리트 옹벽으로 말끔히 꾸민 하천이 뻔뻔하게 늘어 가고 있는 것이다. 포클레인으로 하천 바닥을 긁어내 자연스러운 물길이 끊어지면 물고기들은 살 곳을 잃게 마련이다.
한국 특산종만 해도 수십 종에 이르는 민물고기. 금강모치, 각시붕어, 감돌고기, 동사리, 새코미꾸리, 줄납자루, 쉬리... 이 땅의 민물고기들이 점점 사라지기 전에 사람들 발길이 뜸한 물줄기를 찾아 겨우 책 한 권 얻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