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에 열매들이 꼬무락 익어가요.
한 개의 문이 닫히며
또 다른 문이 열린다고 한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힘든 순례의 길
잘 버티고 견뎠습니다.
시인은 하늘로부터 받은 천명으로
시를 쓴다 했던가요.
두 번째 시집을 낸 후
14년 만에 게으른 3번째 시집을 엮었습니다.
어눌한 시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면 좋겠습니다.
욥을 명상하며 기도를 읊조리는 즈음
시 나들이로 버티고 지탱해 주고 있습니다.
나를 알고 함께한 분들
애정의 눈빛에 감사를 전합니다.
2023년 11월
풋것인 채로 첫 시집을 냈다.
지렁이 걸음으로 닿은 황량한 벌판
그리고 詩,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
다시는 영영 나오고 싶지 않았다.
봄물 가득 했던 발자국 옮길 때마다
일제히 숨을 몰아쉬며
시리도록 환하게 피어오르는 환한 꽃
물안해 활활 벗어 던진 열정, 봄날인 것이다.
나를 지탱해온 조촐한 詩에 대하여
소중한 시에 대하여
나를 아는 나를 모르는 이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
차마 부끄러운 생각을 앞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