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항구>는 세상과 사랑하는 여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을 그린 소설입니다. 사랑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별의 이야기, 단절의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내게는 익숙지 않은 이러한 주제를 형상화한다는 것에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 소설을 구상하고 집필하면서 내가 염두에 두었던 것은 이 시대와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감정, 느낌, 이상, 관념을 지닌 사람을 그려 내는 것이었습니다. ......
실패한 혁명에 대한 미련과 나르시스적인 향수를 그리는 것이 이 소설의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역사가 진정으로 우리 삶 속에 파고들었던 그 시절, 사회의 도덕적 몰락을 다 함께 염려하던 그 시절, 살기와 쓰기의 접점을 추구하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