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어떤 영화들은 우리들 삶을 뒤흔들어놓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그들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천천히 우리 삶에 개입해 들어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영화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들이 스며들어 메마른 삶이 여자처럼 젖어들기를, 내 글이 이 사랑의 겸손한 축사가 되기를 나는 바랐다.
그러나 이제 다시 보니 기운 자국투성이 옷들. 이제 나는 그것을 내놓기가 두렵다. 그러나 또한 나는 이들도 내 신경증의 촉수를 떠나 자유롭기를 바란다. 이들에게도 삶이 있는 것이다.
모든 영화에 무차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분석의 방법이나 분석의 ‘체’는 없다. 따라서 영화작품을 분석하고자 하는 사람은 신기루 같은 방법이나 ‘만능열쇠’를 찾으려 하지 말고, 기존의 영화작품 분석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우선 검토해야 한다. 특히 이 영역에서는 발자국이 곧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낯선 땅에 첫발을 내디딜 때까지는. - ‘옮긴이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