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모든 순간에 생기가 들어 있다.시를 쓰는 동안 눈이 내리고 비가 들이치고
햇볕이 등에 내려앉았다.
빛은 어둠을 닮아가고 어둠은 빛을 닮아갔다.
화분에 물 주는 소리에 귀가 맑아지는 아침,
아주 조금씩 다시 살아났다.
느린 한 사람이 쓰지 않는 가계부를 쓰듯
빛과 어둠의 일상을 기록했다.
어둠의 총량이 운명의 총량은 아니다.
두터운 사랑을 확인하느라 파멸하지 않았으므로
나 자신과 제법 동지가 되었다.
좋은 음악은 귀가 아니라 정수리로 들어온다. 그건 그렇다
하여도,
내 시가 좋은 음악과 닮아가는 창조적 혁명의 순간은 언제
오려나?
2023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