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작품집 <아·바·고>가 출간된 지 올해로 꼭 서른 해가 된다. <아·바·고>는 제목만 있고 실체는 없는 책이 되었다. 아이들은 더러 그 책의 제목을 '아버지가 잡은 빨간 고기'쯤으로 기억하고 있기도 하다. 아무렴 어떠랴. 이미 나로부터도 까마득히 잊혀져버린 책인 것을. 삼십 년 세월이 어디 예사 세월이던가. 출판사에서 보내준 교정지를 읽으면서, 문득 나는 삼십 년 전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지근거리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께의 내가 보이고 그저께의 내가 보인다. 삼십 년 저편이 바로 그저께이다. (작가의 말_'새로 펴내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