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날들을 시와 동거했다. 사랑을 받기도 했고 사랑을 주기도 했으나 시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채웠다 싶으면 비우라고 했고 나는 시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게을러서 더 바쁘게 살았다. 하지만 사람과 자연 풍경은 생각의 문을 열어놓기만 하면 곳곳에서 말을 걸어왔다. 시가 텅 빈 나를 채워주는 순간들이었다.
시집을 엮으며 많이 성장했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펄쩍 뛰어오른 느낌이다. 자랑을 일삼는 부모님께 꺼리 하나를 안겨 드리는 것 같아 기쁘다. 담담하게 지켜주는 남편과 두 아들, 그리고 벗들과 지인들도 참 고맙다.
2018년 깊은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