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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소희정

최근작
2023년 12월 <에니어그램 육아>

영화 심리학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웃으면서 달렸다. 내가 만났던 자연이 푸른 들과 푸른 하늘이 아닐지라도 씩씩하게 달렸고 달려왔었다. 내 이름은, 내 이름은 ‘캔~디’가 아닌 소. 희. 정인데 말이다. 유년 시절로 거슬러 가보면 입 안에서 중얼거리던 노래가 ‘캔디’였다. 만화영화 속 ‘캔디’와 ‘빨간 머리 앤’을 동일시하며 자랐고, 지금도 내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이 책들과 나란히 하고 있다. 의식 안에서는 ‘내 머리카락이 곱슬곱슬해 별명이 ‘캔디’잖아. 그래서일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심리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7살 무렵부터 나는 그저 어른 흉내를 내는 게 아니라, 이미 몸에 배인 양보를 하고, 보살피고, 힘들지 않은 척 살아왔다. 누가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동생들을 돌보는 건 오로지 내 몫이었다. 아무도 내게 삶을 견디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잘 견디고 인내하면서 살아왔다. 내 삶의 틈 사이를 채우는 건 안식처이자 마음의 동굴인 깜깜한 극장이었다. 극장에 달려가 영화를 볼 시간과 여유가 없을 때면, 애틋한 마음을 길어 올려 오고가는 버스 안이나 지하철 안에서 노트북을 꺼내어 보았고, 긴 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일 때면 이불 속에서 눈만 내놓은 채 촛불 옆의 책과 영화를 읽고 보았다. 그런 날들은 나의 마음 속 깊은 곳까지 가라앉아 있던 감성들을 일깨워주고 어루만져주었기에 충만한 시간이었다. ‘무엇이 내 인생의 영화일까’ 떠올렸을 때 어떤 작품이 생각난다면 그것이 바로 자신을 치유해주는 영화일 것이다. 그 영화가 주는 감동으로 ‘재미있어서’ 또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이거나 ‘잘 만든 영화’를 넘어 자신의 잃어버렸던 한 조각을 찾는 계기가 되거나 스스로 탐색해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리라 믿는다. 이 책은 영화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영화를 보고 자신의 내면을 촘촘하게 탐색하면서 스스로 통찰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졌다. 나아가서는 영화가 심리학적인 접근으로 이해할 때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안내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본 책에서 소개하는 영화를 보고, 텍스트를 읽으면서 음미해보면 좋겠다. 우리가 영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영화 속 인물에 동일시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의식적 자각 하에서 감동과 지혜를 주는 힘이 어디에서 생기는지 알 수도 있다. 이 영화는 왜 내 인생의 영화인지, 어떤 영화를 보면 내 마음이 힘든 순간마다 위로가 되는지, 마음을 울리는지, 일반화가 아닌 자신만의 무엇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영화를 보고, 읽고, 들으며 치유 받고 내가 그러했듯이 여러분도 영화에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는 당신도 당신의 마음을, 사람의 마음을 영화로 알아가면 좋겠다. 이 책의 구성은 1부에서 영화치료의 이해로부터 시작한다. 영화치료 선구자인 비르기트 볼츠(Birgit Wolz) 의 상호작용적 접근방법인 지시적, 연상적, 정화적 접근을 인지행동적 접근, 정신분석적 접근, 정서중심적 접근으로 재정립해 영화가 어떻게 치료의 과정으로 나아가는지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어 2부에서는 심리학의 근본이 되는 인간중심, 자아실현, 실존주의, 의미치료, 대상관계, 교류분석 등의 심리학을 영화매체에 대입해 새로운 시각으로 만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행복심리학, 에니어그램 성격유형을 통해 영화치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덧붙이건대 상담자와 치료사에 관해, 필요에 따라 혼용 표기하였으니 이를 참고해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기를 바란다. 이 안의 중심은 사람이며 영화다. 내가 그동안 상담과 심리치료를 하며 만났던 내담자들, 그리고 강의를 통해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과의 경험을 나만의 방식이 깃든 초석으로 쌓는 길이라 두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옳은 길이라 생각하며 나아가려고 했다. 그 길은 내 욕심에 맞춰있기 보다는 원(願)을 세우고 그것을 성취해 나가고자 하는 마음의 길이기 때문이다. 내가 영화에서 치유 받고, 또 누군가에게는 치유를 도와줬듯이 이 책을 읽는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영화 자체의 이해도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닌, 보이지 않는 그 너머의 세계로 들어가 자신을 만났으면 바람이다. 영화치료의 씨앗을 심어준 심영섭 교수에게 감사하고, 마음을 내어 함께 해준 정윤경 선생이 있었기에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흔들리는 내가 힘과 위로를 받았다. 늘 지지해주는 박영스토리 노 현 대표, 따듯한 온기를 품고 정성스레 매만져준 최은혜 편집자의 손길에 고마운 마음이다. 더불어 내가 한없이 자유롭게 날개를 펴고 날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나의 심장인 가족들에게 사랑을 전한다. 삶은 내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만큼 그렇게 심각하지 않음을 이제는 안다. 그렇기에 이제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참던 내 안의 내면아이가 자라 나의 ‘순수한 있음(Being)’으로 존재한다. 오랜 시간 영화심리학 책을 준비하며 머물렀던 기간은 철저하게 고독한 시간이었지만 혼자 있어도 행복감을 느꼈고 지금도 행복하다. 이제 춤을 추러 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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