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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윤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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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기다림은 곡선이다>

글 쓰는 시간

카페의 큰 유리창 밖에 내리는 비를 보며 이 글을 쓴다. 봄비치고는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 비를 무척 좋아했는데, 책 한 권을 끝내는 지금 비가 내려 나름 의미가 깊고 행복하다. 이제껏 책을 내어야겠다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는 이유가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 탓이다. 어떻게 책을 내어야 하는지, 무얼 써야 하는지도 몰랐다. 돈 버는 것 때문에, 책을 내는 것은 나중에 여유가 있을 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살아오는 동안 그런 여유가 없었다. 왜냐면 여유를 가질 만큼 돈을 충분히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책을 쓰기 시작했다. 돈 없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책을 쓸 여유는 돈이 아니라, 책을 쓸 시간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책 쓰기에 몰입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지금처럼 어떤 일에 몰입한 적이 없었다. 그만큼 내가 하고 싶었던 일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쓰는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이다. 그런데 이제야 책을 내었다. 글을 쓰며 살아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그동안 참 힘들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힘든 과정에서도 글을 놓지 않았던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그런 과정들을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낸다는 것은 정말 눈물겨운 일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내가 겪은 숱한 시행착오들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바른길을 가는데,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살아가는 과정은 어쩌면 선택하는 과정이다. 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장점과 단점을 알아야 한다. 내가 살아온 길에도 단점과 장점이 있었다. 단점은 알코올에 젖은 상황이며, 장점은 그것을 극복한 상황이다. 이 책을 읽으며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또한, 알코올 중독에 빠진 사람이 이 글을 읽는다면 알코올의 감옥에서 하루빨리 빠져나와 주었으면 좋겠다. 인생의 시간은 짧고, 매시간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다. 그 시간을 알코올 중독에 빠져 놓쳐버린다는 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힘들 때마다 나를 버티게 해준 내 가족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노모와 아내, 두 아들. 그들이 있었기에 난 숱한 좌절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이 글을 빌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또한, 울산대 국문학과 "창작"과 먼저 하늘로 간 친구 우수진에게도 이 소식을 전하고 싶다.

사랑이란 가슴에 꽃으로 못 치는 일

*시는 쉽게 독자에게 읽혀야 한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다. 시를 좋아하다 보니 시를 쓰게 되고 등단하여 시인이 된 사람도 많다. 현대는 과거 어느 때보다 시인이 많은 시대이다. 특히 SNS의 발달로 밴드, 페이스북, 카페, 블로그 등에 시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에 비해 시를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시가 어렵다는데 있다. 시를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으니 시 읽기가 재미 없어져 버렸다. 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독자의 탓으로만 돌려야 할까? 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읽기 능력을 탓해야 할까? 시 공부를 하지 않고 시를 읽는 게으른 독자 탓으로 돌려야 할까?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필자는 대학 시절에 작가론, 스타일론, 작품론 등을 배우며, 작가와 작품을 공부했다. 하지만 지금 거의 모두 잊어버렸고, 특정한 몇 명의 시인에 대해서만 개괄적으로 기억한다. 그 때문인지 국문학 전공을 한 필자도 오늘날 범람하는 많은 시를 이해하지 못한다. 시를 이해하는 데는 그 시를 쓸 당시 작가의 배경을 아는 것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불특정한 작가의 작품을, 불특정한 시간에, 불특정한 매체로 접하게 될 때, 그 작가의 시적 배경을 알기란 어렵다. 그렇다면 시는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써야 하지 않을까? 시만 읽어도 이해를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독자는 공감하고 감동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독자는 전혀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기호와 같은 시를 써놓고, 자신의 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시를 공부하지 않은 독자 탓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바쁘게 돌아가는 이 시대에서 알지도 모르는, 알 수도 없는 작가를 공부해서 시를 읽어라?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시는 짧은 글로 독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많은 현대인은 책을 잘 읽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산문으로 된 긴 글 읽기를 싫어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짧은 글인 시가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적합하다. 그런데도 시가 독자에게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이유는 시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쉬운 시를 쓰면 되지 않을까? 여기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쉬운 시는 가볍게 여기며 문학성이 없다는 편견이 있어 가치 절하당하기 일쑤다. 시는 낯설게 하기가 생명인데, 시가 쉬우면 낯설게 하기란 시의 특성에 맞지 않으며 좋은 시가 아니라고 말한다. 쉬운 시는 유행가 가사처럼 통속적인 것으로, 식상한 것으로 인식한다. 과연 그런가? 쉬운 시는 낯설게 하기가 되지 않으며, 어렵고 이해하지 못하는 시만이 낯설음을 갖는 것인가? 필자는 유행가 가사를 한번 써보려 시도해본 적이 있다. 김이나 씨의 ‘작사법’이란 책을 읽고 작사를 해보려 했는데, 유행가 가사 쓰기가 더 어려웠다. 그리고 유행가라고 평가절하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느끼게 되었다. 유행가 가사 중에도 시보다 더 날카로운 사유가 있음을 곳곳에서 발견했다. 시는 쉬워야 한다. 그리고 독자들이 한두 번 정도 읽으면, 이해가 가능할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어쩌면 통속적이지 않은 표현으로 쉬운 시 쓰기가 훨씬 더 어렵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려운 시를,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시를 쓰는 시인은 필력이 달려서 쉽게 시를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한다. 시를 지도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초보자일수록 관념적으로 시를 쓰는 경향이 있음을 느꼈다. 선명하지 않은 이미지를 표현하니 시가 어려울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예전엔 필자도 문학성을 이야기하면서 어려운 시를 썼다. 그것이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그것도 문학의 한 축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쉬운 시를 통속적이지 않은 표현으로 쓰고자 노력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더 어려웠다. 그러다 내가 쓴 시에 대해 약간의 감상을 덧붙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러면 독자가 좀더 쉽게 시에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시는 무한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문학이다. 시가 어려워 접근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독자에게 시는 재미있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시와 감상을 함께 적었다. 한 편의 시에 대해 그 시에 대한 감상 혹은 시를 쓰게 된 시작 NOTE를 함께 적었다. 쉽게 시를 이해하고 다가설 수 있게 하자는 것, 그것이 이 책을 쓴 이유이다. 이 책은 1, 2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살아오면서 쓴 글이며, 2부는 창원과 진영 사이에 있는 자여 마을에서 3개월간 생활하며 적은 글이다.

행복한 습관이 행복을 만든다

가족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숱한 좌절을 겪으며 번지 점프처럼 추락하던 삶에서 가족은 내 등에 달린 생명줄이었다. 이 글을 빌어 사랑하는 가족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울산 구역전시장에서 88세라는 최고령의 나이로 장사를 하시는 노모와, 비틀거린 삶을 굳건하게 설 수 있게 잡아준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 가족이 있었기에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깨달았고, 지금 행복하다. 미세먼지가 호흡하기 곤란할 정도로 자욱하다. 꼭 현시점의 대한민국 경제를 대변하는 것 같다. 누구 하나 미세먼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만큼 경제적으로 많은 사람이 힘들다. 청년은 청년대로 취업과 결혼이 힘들고, 중년은 중년대로, 노년은 노년대로 힘이 든다. 하지만 힘이 드는 것을 불행한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힘 드는 것과 불행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 불행한 이유를 찾으라고 하면 사람마다 수도 없이 찾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행복한 이유를 찾으라고 해도 사람마다 수도 없이 찾을 수 있다. 결국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것은 힘이 들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찾느냐의 문제이다. 그런 상황에서 난 행복한 이유를 찾기로 했다. 그것이 가족이다. 또한, 글쓰기이다. 글을 쓸 때 난 행복하다. 1년간 10권 분량의 책을 썼다. 책을 쓰다 보니 어떻게 책을 써서 출간하는지의 과정을 익히게 되어 책 쓰기 학원을 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그것이 내 업이 된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 속에서 좋아하는 글을 쓰는 지금, 돈으로는 결코 살 수 없는 행복 속에 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시기를 참고 기다려준 아내 김경미에게 이 책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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