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

이름:임경숙

최근작
2024년 11월 <나는 걷는다>

가시 많은 생이 맛있다

가시 많은 꽃이 향기가 진하듯 가시 많은 나무가 몸에 이롭듯 가시 많은 생명이 맛이 있다 가시가 뜨거워진다

나는 걷는다

금년 여름처럼 무덥고 지루한 시절이 있었을까? 냉방기의 도움 없이는 한 시도 지낼 수 없는 시간이었다. 몸과 마음이 후끈 달아오른 것은 꼭 기후 탓만은 아니었다. 오래전에 써놓은 원고들을 꺼내 보니 원고지는 누렇게 변색하였고 갈피마다 묵은내가 진동했다. 글을 쓰고 싶을 때 편안한 마음으로 썼던 그 시절, 습작의 부피가 클수록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 생각했다. 책을 엮기 위해 막상 보따리를 풀어보니 건질 게 별로 없었다. 분명 글을 쓸 당시에는 작은 성취감을 맛보며 완성했던 작품이다. 훗날에 다시 읽어보니 세상에 내놓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시의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였다. 발표할 때를 놓친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한물간 글처럼 보일까 여러 날 고민했다. 그래도 고칠 부분은 고치면서 리폼을 해봤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십 년 이십 년 전의 옷을 꺼내놓고 재질이 좋다고 아까워하며 밤새 가위질과 박음질을 한다고 신상품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한 형태의 옷이 나와서 그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고칠수록 글이 꼬여서 기이했다. 처음으로 돌아갔다. 단순해지기로 했다. 글을 쓸 당시의 사고방식을 고수하기로 했다. 그러자 순조롭게 글이 풀렸다. 글에도 운명이라는 게 있다. 고집이라는 게 있다. 팔자를 고쳐보겠다고 팔을 잡아끌어도 꼬이기만 했다. 나중에 의도한 대로 끌어당긴다고 해서 끌려오는 게 아니었다. 여름 내내 억지로 힘을 주며 어찌어찌 해보려고 진땀을 꽤나 흘렸지만, 이미 타고난 내 소설들을 그대로 내보내기로 했다. 못생겨도 내가 낳은 자식들인데 어찌 예뻐하지 않을까. 세상 속으로 나아가 누군가의 가슴에 공감하는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환한 그늘

가을이 깊어질수록 나뭇가지 선명하듯, 추위가 다가올수록 강물 소리 깊어지듯 2020년 늦가을 아침 비단강 가에서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