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넘게 걸렸던 원고 작업은 각자의 한계를 명확히 마주하고 그것과 고군분투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기도 했다. 원고 작업의 막바지에 이른 우리는 이 작업이 결코 사적인, 나만의 글쓰기가 아니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괜찮은 결과물을 냈는지, 좋은 글을 썼는지 우리에게 묻는다면 아무도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글을 쓰는 과정이 괜찮았는지, 글쓰기가 생산적이었는지 묻는다면 누구나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얼렁뚱땅 불화하는 날들이 쌓이니 연결됐다. 옆 친구와, 이웃 주민과, 선배-선생님과. 때로는 가해자나 이웃 나라 베트남까지도. 혼자 삶의 무게를 다 지는 대신 옆에 조금씩 기대었다. 내가 기대니 남들도 나에게 기댔다. 연결되기 위해 불화했고, 불화하니 연결되었고, 그러다 보니 살게 되었다. 여전히 얼렁뚱땅, 웃기고 슬프지만, 그렇게 함께 살게 되었다. 이들이 대단히 용감하거나 특출난 성품을 타고났기 때문이 아니다. ‘함께 살기’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함께 살기’와 ‘살기’가 다른 말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내 경험에 의하면 지혜는 거대한 담론 속에 있지 않았다. 나는 지난 10년 동안 <문탁네트워크>와 <길드다> 사람들과 부딪히며 공동체에서 타인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 그 배움은 깔끔한 이론이나 화려한 말이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과 작은 부딪힘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나는 지혜가 이질적인 존재와 함께 살며 겪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에, 다른 존재와 연결이 끊어지고 맺어졌던 시간에, 그럴 때 들였던 마음에 있다고 믿는다. 나는 그런 경험과 시간,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가진 친구들의 이야기 즉, 우리에게 필요한 생존-지혜를 가진 친구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