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더링>은 한 편의 초현실풍 초상화와도 같은 소설이다. 거침없는 상상력뿐 아니라 형식의 파괴를 통한 자유로운 표현이 돋보이는 대단히 독창적이고 강렬한 작품이다. 과거와 현재 시제가 마구 뒤섞이고, 문장이 토막토막 잘리고, 문장부호의 쓰임도 정해진 틀을 벗어나 단어 하나하나에 마침표가 찍히기도 한다. 이렇듯 <개더링>은 경계와 형식을 뛰어넘는 비구상성으로 혼돈의 영역인 우리의 정신세계를 사실적으로 그려내어 시적감동을 주고 있다. ('옮긴이 후기'에서)
『그해 봄의 불확실성』에는 이 작품의 일인칭 화자인 소설가의 삶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 작가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지닌 두
작가는 버지니아 울프와 조 브레이너드이다.
우선, 의미심장한 첫 문장(〈불확실한 봄이었다〉)부터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세월』의 서두에서 가져온 것이다. 플롯이 아닌 의식의 흐름에 따른 이야기 전개에도 의식의 흐름 기법의 개척자인 버지니아 울프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다.
조 브레이너드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기억한다』의 오마주라고 할 수 있는 〈나는 기억한다〉로 시작하는 서술 형식이 이 작품의 근간을 이룬다.
사실 이 소설은 두서없이 떠오르는 단편적인 기억
들의 모음집이며, 소설가의 뇌 갈피갈피에 남아 있던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기억들이 의식의 리듬을 타고 재조명되지만 〈불확실한 봄〉이었던 2020년 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나는 기억한다, 나는 기억한다. 그 비현실적이었던 팬데믹의 봄을.
그동안 주로 픽션을 통해 폴 오스터를 만나 온 독자들에게 이 책은 색다른 체험의 장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독자들은 작가이자 문학 평론가이자 독자이기도 한 폴 오스터의 심오하고 예리한 예술론을 들으며 지적 유희를 즐기기도 하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뉴요커의 생생한 세상 이야기에 현실적 공감과 감동을 맛보기도 할 것이다. ― 민승남 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