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개성이 있듯이 문명이나 문화에도 개성이 있다. 역사는 어떤 면에서는 문명과 문화의 개성을 조사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문명, 문화는 ‘재조합’에 따라 모습을 바꾸지만 벼농사를 기반으로 하는 순환형 일본의 문명, 문화에서는 자칫 ‘재조합’의 효용이 잊히기 십상이다. 그것도 하나의 개성일 테지만, 개성이 득이 되는 시대도 있고 실이 되는 시대도 있다.
이번 《식탁 위의 일본사》는 단순히 ‘암기’하는 역사가 아니라 “우와! 그게 진짜야?”를 연발하는 ‘재조합’의 역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것은 프로세스를 ‘생각’하는 역사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역사다. ‘재조합’은 생활을 즐겁게 만드는 새로운 관점이며, ‘오타쿠’를 전문가로 만들어준다. 생각해보면 사물뿐 아니라 인간관계나 인생은 물론 시스템과 지역과 조직까지도 ‘재조합’의 대상이 된다. ‘재조합’의 발상이 있는 일상생활은 긍정적 자세를 길러준다. “우와! 그게 진짜야?”라는 것에는 “우와! 진짜네!”와 같은 효용이 있다.
오늘날 세계는 1970년대 이후 정보혁명과 첨단기술 덕분에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는 이른바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광의의 유럽'이 지구화 되어 가는 과정일까? '미국 문명'의 세계화일까? 아니면 '전통세계'가 첨단기술을 도입하면서 새로운 세계사를 주도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과정일까?
지금으로서는 확실한 답을 알 수 없다. 왜냐하면 바로 지금이 과도기이기 때문이다. 교착 상태에 빠진 이라크 전쟁과 모순을 안고 있으면서도 경이적으로 경제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을 보면 과도기에 있는 현대사회가 얼마나 복잡한지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세간에서 말하는 것처럼 세계화가 단순히 미국화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단정 지어 말하기도 힘들다.
지금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 본질적인 원인은 세계사 속에서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역사적 배경과 문제를 파악하는 시점이 생긴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세계사'를 흥미롭고 간결하고 알기 쉽게 기술한다는 것은 매우 얼운 일이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의 집필 의뢰를 받았을 때는 다소 주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과 의논해 보고 '세계사'의 전체상을 간결하게 그려내는 작업에 도전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모순되는 3가지 요소를 한정된 공간 안에 표현하는 이번 도전에 대한 결과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겠지요.
세계사의 배경에는 우리가 생활하는 폭을 훨씬 초월하는 넓이를 가진 역사가 존재하고 있으며, 서로 이질적인 많은 문화가 병존하면서 활발한 교류가 있어왔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간에 역사는 매일, 우리의 일상생활 안에서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춤추는 바보와 보기만 하는 바보가 있을 때, 똑같은 바보라면 춤추는 바보가 신나지”라는 말이 있는데, 제한된 인생의 과정에서 많은 것을 맛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하룻밤에 읽는 숨겨진 세계사』는 독자가 지닌 갖가지 관심을 토대로 한 ‘역사 만들기’의 힌트, 계기가 된다면 저자로서 더없이 행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