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이름이 윌리, 윌리엄이라는 게 특별하다. 작가의 이름이 윌리엄이므로. 소설에도 등장하는 코크주 미첼스타운 출신인 작가 윌리엄 트레버는 독자의 지성과 상상력을 어떤 작가보다도 존경하는지라 소설에는 많은 여백이 있다. 그 여백들은 우리를 침잠하게 만든다. 제국주의 영국과 식민지 아일랜드, 정의(正義)를 둘러싼 가족 간의 갈등, 독립을 놓고 입장의 차이로 벌어진 내전, 선함과 자비의 결과로 맞게 되는 비극, 상처와 그 치료를 향한 긴 여정, 성인(聖人)들의 삶에 드리운 공포와 비극…….
이런 역사적 배경 속에서 윌리의 퀸턴 가문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 모두처럼, 윌리 아버지가 타인들에 관해 즐겨 사용하는 ‘운명의 꼭두각시’들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