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만이 내게 많은 걸 주었다”
“10년 동안 글을 쓰면서 반복했던 일이 있습니다. 한밤중에 너무 집중해서인지 담배가 얼마 안 남았다는 걸 뒤늦게 발견한 거예요. 그럴 때마다 글 쓰던 걸 멈추고 몇 개나 남았는지 세어보곤 했어요. 두세 개비 정도밖에 안 보이면 큰일이다 싶더라고요. 다음 날 아침을 위해 예비로 남겨놔야 했거든요. 그럴 때는 글 쓰던 것도 바로 멈췄어요. 그러면 조금 전까지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것들은 사라져 버리고, 마지막 한 개비를 피우려면 얼마나 참아야 하나 불안해하면서 셈해보는 거죠. 마지막 한 개비를 피우는 시간은 대략 파일을 저장하고 컴퓨터를 끈 다음에 서재를 나오는 정도의 시간이었어요. 담배를 세는 그 작은 모습이 한 번도 부끄러웠던 적은 없어요. 오히려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죠. 그때의 제 모습은, 며칠 후면 거절당할 비참한 걸작을 머리 푹 숙이고 써내느라 일찍 불을 끄는 게 그리도 아쉬웠던 17살의 사랑과 닮았거든요.
한 팩에 열 갑씩 들어 있는 담배를 미리 사다가 서랍에 넣어두면 되지 않나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대답하자면,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글을 쓰기 위한 자기 고문 같은 거였어요. 사실 제 눈은 이제 더 이상 밤새워 글을 써서는 안 되기 때문에 마지막 담배라는 고통으로 저 자신을 자제시키는 거죠. 우리가 지금 이 담배 연기 속에서 문학의 세계로 돌아와 얻고 잃은 게 뭐가 있냐는 어리석은 질문에 답을 하고 있는 것처럼요. 그 답은 편집장님이 가장 잘 아실 겁니다. 우리가 바로 그 길을 걸어왔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