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도 없고, 면허도 없고, 차는 당연히 없다. 그래서 버스 여행을 택했다.
남해는 ‘군’이다. 시골이라는 말이다. 매번 승차요금을 현금으로 내야 하며, 배차 간격은 짧아야 1시간이다. 그래서 갈 때마다 하나의 버스노선만 잡고 뽀갰다. 갈아탈 필요도 없고, 내렸던 데 가서 또 타면 되도록, 하나의 버스 시간표만 생각하면 되도록.
직장을 관두든, 학교를 관두든, 연애를 관두든, 뭐든 관둔 사람이라면, 남해 버스여행을 권한다.
버스에 멍하니 앉아서 논밭이나 구경하고, 바닷물에 발 좀 담가보면서 쉬자. 그리고 되새기자.
관두는 것은 패배한 것이 아니라 오늘의 행복한 내가 승리한 것이라는 걸. - 프롤로그
평소의 저는 말을 하기보다는 듣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는 누구 못지않은 수다쟁이가 됩니다. <불에서 나온 사람>은 그런 제가 쓰고 그린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그림책 속의 ‘불’은 누구나 자신의 상황에 대입할 수 있는 이미지입니다. 끔찍한 불치병, 야근이 끊이지 않는 회사, 행복하지 않은 연애, 기약이 없는 시험 공부.. 불 속에서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제가 쓴 그림책이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