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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박노식

최근작
2024년 12월 <제주에 봄>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

너는 어디에도 없고 세상의 꽃들은 아무 데서나 피어 있다. 헤어지기 위해 애써 만나는 사람들처럼 우리는 서로 바보가 되어 아픈 꿈을 꾸고 멈출 수 없는 노래가 슬픈 별이 되기까지 함께 걸었다. 너는 자주 울고 나는 마른 나뭇가지가 되어 애를 태운 채 마른 숲을 지나 한적한 호수에 이르렀을 때, 마침 제 설움을 못 이겨 혀를 깨물고 자지러지던 노을을 가리키며 너는 울부짖었다. “니가 날 죽였어!” 그리고 떠났다. 늦었지만, 오늘 꽃치자를 심었다.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의 길목에서 허둥대며 찾은 길이 목구멍이었으므로 남들처럼 살아왔다. 밥그릇을 놓칠까 전전긍긍 하면서도 그 속에서 미치도록 그리운 것이 숨어 있어서 시의 미아처럼 떠돌던 자신을 발견한 것은 그해 겨울, 들판 한가운데 외로이 서서 눈을 맞는 한 그루 미루나무였다. 그리고 시의 문고리를 다시 잡았다. 시의 뿌리가 썩지 않도록 나를 이끈 것은 외조모의 사랑이었다. 첫 시집이다. 이 시집을 구름 속으로 들어가신 외조모께 바친다. 날 것 같다.

마음 밖의 풍경

나에겐 거울이 없다 하지만 흰 벽, 앞에서 얼굴을 만지면 뜨거워진다 영아, 사랑하니까 부끄러운 것처럼 비가 온다 비가 오고 있다 2022년 봄

시인은 외톨이처럼

여기 불려나온 시들은 나의 자학과 회한과 불화의 자화상이다. 늦었으니까 시가 너무 늦어버렸으니까 절망할 사이도 없이 그날, 눈길 위의 각혈을 끝내 잊을 수 없어서 우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달려왔다. 오늘 아침, 오디나무 가지에 손을 얹고 서서 먼 모후산을 바라보았다. 한 마리 산새가 고요히 나의 어깨 위로 내려와 함께 바라보았다. 2019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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