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국내저자 > 어린이/유아
국내저자 > 번역

이름:엄혜숙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1년, 대한민국 서울

최근작
2024년 11월 <내가 정말 나일까?>

[빅북] 할머니 주름살이 좋아요

노년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멋진 작품 우리는 대개 노년의 시간을 어둡고 우울하게 생각하곤 합니다. 노인이 되면 어릴 때나 젊을 때에 비해 활기가 떨어지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무기력하고 병약한 존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물론 노년의 시간에는 겁 없이 무엇이든 도전해 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보며 현재를 즐겁게 관조할 수 있는 때일 것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졌던 책임을 마무리 짓고, 오롯이 평화롭고 즐겁게 지내면서요. 이 작품은 글은 얼마 안 되지만, 아름답고 생기발랄한 그림을 보면서 오래오래 즐길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작가는 할머니의 생일이라는 시점을 채택해, 삶의 의미를 돌이켜 볼 수 있게 합니다. 이 작품에서 손녀는 할머니에게 삶의 소중한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입니다. 손녀와의 대화를 통해 할머니는 즐겁고 소중한 기억을 현재로 불러왔으니까요. 우리가 겪은 일들은 나무의 나이테처럼 기억이 되어 우리 속에 담겨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것들은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요. 그러다 누군가가 또는 무엇인가가 그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럴 때 그것들은 단지 ‘옛날에 있었던 일’이 아니라 ‘지금도 소중한 어떤 일’이 됩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소중한 기억과 함께 현재를 살아가는지도 모르겠어요. 과거든 현재든 언제나 나이테를 두르고 있는 나무처럼 말이지요. 요즘 저도 흰 머리카락이 한 올 두 올 생겨나면서 노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이 책은 노년에 대해 좀 더 밝게 여길 수 있게 해 주더군요. 미래란 따로 있는 게 아닌, 현재의 경험이 쌓여 만들어진다는 것 또한 깨닫게 해 주었고요. 노년에 대해 밝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멋진 작품입니다. 할머니가 간직해 온 소중한 사진첩을 손녀와 함께 아주 오랜만에 펼쳐 보는 듯한 전개 방식은 흔히 만날 수 없는 구성으로, 특히 세대를 아울러 온 가족이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기에 더없이 좋을 것입니다.

깡통차기

어릴 적 나는 운동도 못 하고, 곧잘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였습니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어릴 때 나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용기를 낸 치에에게, 치에가 용기 내도록 부추긴 리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꼬마 곰

생생한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 오래도록 여운과 감동을 주는 시리즈.

눈 깜짝할 사이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요? ‘눈 깜짝할 사이’라는 순간 속에 오히려 아주 긴 시간, 그러니까 영원이 담겨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까요? 아니면, ‘눈 깜짝할 사이’들이 모이고 모여 긴 시간을 이룬다는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짧은 순간들로 긴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가고, 그 시간들이 쌓여 언젠가 큰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까요? (…) 순간적으로 받은 충격은 곧 긴 여운이 되어 독자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상 속에 둔감하게 얼어붙어 있던 우리 마음을 깨는 도끼 같은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두 아이 이야기

이 작품은 글은 같아도, 그림을 통해 아주 다른 의미를 표현할 수 있는 그림책의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글은 같지만 완전히 상황이 달라서 듣는 이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며, 우리에게 진진한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세상 모든 친구들을 위한 노래

《세상 모든 친구들을 위한 노래》는 흥미로운 그림책입니다. 그림책 첫 장면을 보면 파란 외투를 입은 아이가 나타나 자기 친구들을 부르기 시작합니다. 친구들은 땅 위에, 하늘 위에, 땅 아래, 뭍 밑에 살고 있지요. 아이의 친구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아이는 새, 물고기, 나무, 뱀, 물결, 생쥐, 달, 박쥐, 별, 바람, 해, 벌, 돌 등 자기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친구’라며 불러냅니다. 아이는 이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함께 놀지요. 《세상 모든 친구들을 위한 노래》는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 줍니다. 사람은 물론 자연의 모든 것이 지구의 손님이며, 생명의 춤을 추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 주지요. 아이는 우리에게 이렇게 권합니다. “우리들 마음의 노래를 따라해 보자.”라고요. 이 작품은 우리가 잊고 사는 중요한 사실을 알려 줍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고 지구에 온 손님이라는 것을! 자연과 친구 관계를 회복할 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손님인 우리가 주인 행세를 해서는 안 되겠지요. 아름답고 생생한 그림이 작품의 주제를 잘 보여 줍니다.

어떤 날은…

이 작품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와아, 이거 완전히 내 모습이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하루하루 일에 파묻혀 살아요. 그러다 보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무심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날씨가 맑은지, 바람이 부는지, 구름이 끼었는지, 먼지가 자욱한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이 나날을 보내게 되지요. 일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우리는 핸드폰에 코를 박고 있거나,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는 바람에 주변에 일어나는 놀랍고도 신기한 일을 알아차리지 못하곤 해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핸드폰은 우리가 직접 접하지 못하거나 알 수 없는 것들을 알게 해 주지요. 우리 삶의 폭을 한껏 넓혀준 멋진 발명품입니다. 그렇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자기 주변에 대해 관심을 갖지 못하게 되었어요. 주변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 나누는 법도 없이 모두들 핸드폰만 바라보며 살아요. 작가는 그러지 말라고 말합니다. 잠깐만 눈을 돌리면, 그야말로 멋진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고요. 공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읽고, 잠시라도 주변을 둘러보고, 하늘을 쳐다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언덕 위의 아줌마

사노 요코의 팬으로서 사노 요코 사후 10주년 기념으로 출간된 유작집을 번역하게 되어 기쁩니다. 이 작품집에는 동화, 짧은 이야기, 에세이, 희곡 등 여러 장르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맘에 든 건 어린이를 대상 독자로 하는 동화들이었습니다. 장난기가 있고, 그러면서도 따스한 마음을 지닌 곰 이야기는 계속 웃음을 머금게 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자 남의 집에 가서 잠을 깨운다든지, 꽃을 잔뜩 심어서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곰의 모습은 사랑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또, 줄곧 “왜냐?”고 물어 대는 후미코도 어찌나 사랑스러운지요.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줄곧 “왜”라고 물으면서 자랍니다. 그만큼 궁금한 게 많은 거지요. 아이들은 어른들이 미처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을 던지곤 하는데, 이런 흥미롭고도 곤혹스러운 상황을 사노 요코는 멋지게 그려 내고 있습니다. 또, ‘시간’이야말로 변화와 성장을 가져온다는 것을 사노 요코는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지요. 후미코의 꿈을 통해 ‘시간이 흐르지 않는 세상이란 어떠한 곳일까?’도 생각하게 합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작품은 희곡 「언덕 위의 아줌마」였어요. 무지개다리를 건너지 못한 여러 사람들의 감정을 대변하느라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변하는 ‘언덕 위의 아줌마’는 여신의 풍모를 지닌 인물입니다. 아줌마의 감정이 변하면, 언덕 아랫마을의 날씨가 변하니까요. 그런데 이 아줌마는 전쟁 때문에 남편을 잃고, 사랑하는 아기까지 잃은 슬픈 사연을 지니고 있습니다. 장난꾸러기 남자아이 루루 덕분에 아줌마는 무지개를 만들 수 있게 되고, 슬픈 사연을 지닌 영혼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넘으로써 아줌마는 자기의 감정만을 지닐 수 있게 됩니다. 루이스 스티븐슨의 「어린이 시의 정원」이라는 시를 번역한 적이 있는데 희곡 작품은 이번에 처음 번역해 보았습니다. 중간에 노래까지 나오고, 대화가 많아 능력 부족을 절감하기도 했지만, 이 희곡이 연극으로 상연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줄곧 상상하면서 우리말로 옮기는 동안에 즐거웠습니다. 이 책에는 사노 요코의 눈으로 본 그림책 작가 초 신타의 이야기도 실려 있는데, 저도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라 무척 즐거웠습니다. 오빠와 세면기를 갖고 놀던 이야기, 가난하기 짝이 없던 무사시노 미술학교 시절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또, 베를린 유학시절 이야기에서 외국인은 전차를 타고 베를린을 일주할 수 있는데, 한국 사람만이 유일하게 전차를 타고 베를린을 일주할 수 없었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또, 옛이야기에 대해 쓴 글도 관심 있게 읽었습니다. 어릴 때 들은 이야기, 읽은 이야기가 언제까지나 몸속에 머물고 있다는 걸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노 요코의 ‘짧은 이야기’는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한, 사실과 상상을 오가는 이야기였는데, 사노 요코가 정말 다방면으로 많은 글을 썼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사노 요코의 솔직하고 위트 있는 글을 애독자의 마음으로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다른 애독자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싶습니다.

오리를 따라갑니다

오리를 따라 여행을 이 그림책은 언뜻 보면 줄거리가 무척 단순하다. 높은 산꼭대기에 사는 토끼 버니가 호숫가에서 장난감 꼬마 오리를 갖고 놀다가 꼬마 오리가 물에 떠내려간다. 그러자 오빠 토끼들과 함께 버니는 재빨리 배를 타고 물길 따라 꼬마 오리를 찾으러 긴 여행을 한다. 토끼 삼 형제의 여행을 살펴보면, 빙하가 녹은 호숫물이 개울이 되어 흘러가며 산과 숲을 지나고, 그 물길이 강이 되어 들판과 마을을 지나고, 마침내 강이 항구에 이르러 바다에 접어들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는 정말 단순하지만, 전개되는 그림책 화면에는 풍부하면서도 상세한 그림이 가득하다. 작가는 왜 이런 식의 그림으로 내용을 표현했을까?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 그림책에서 중요한 사건은 버니를 비롯한 토끼 삼 형제의 모험이다. 그런데 이들 삼 형제의 모험이 시작되기 전에, 작가는 면지에서 마치 연극에서처럼 여러 인물들을 소개한다. 배에 탄 토끼 삼 형제를 가장 먼저 소개하고, 이어서 빠르게 달리는 개 대니, 자전거 여행 중인 사슴 가족, 날아가는 비둘기, 카약을 타는 여우 가족, 뗏목을 탄 쥐와 족제비, 새집을 찾는 고니 가족, 산책을 하는 염소 할아버지와 개, 오토바이를 탄 스피드광 돼지들, 롤러스케이트를 탄 닭, 유니콘 배를 탄 여러 동물들, 낚시하는 어린 양, 그리고 토끼 삼 형제의 엄마 아빠까지 소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독자들이 이런 인물들도 그림책에서 같이 살펴보기를 바라면서 본문이 시작되기 전에 이들을 소개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림책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가장 중요한 사건은 ‘토끼 버니의 꼬마 오리 찾기’이지만, 맨 처음 소개한 다른 인물들도 화면에 등장해서 무엇인가를 계속한다. 독자로서는 그걸 찾아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즉, 이 작품은 버니를 비롯한 토끼 삼 형제의 오리 찾기만이 진행되는 게 아니라, 동시에 맨 처음에 소개한 인물들의 서로 다른 저마다의 모습이 또 다른 이야기로서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토끼 삼 형제의 이야기는 글과 그림으로 진행되지만,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는 그림으로만 진행되어 독자가 스스로 찾아보아야 알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독자는 화면에서 각각 인물들을 찾아보며,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며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그림책을 읽을 때 재미를 주는 것은 꼬마 오리의 행방이다. 화면에서 꼬마 오리는 토끼 삼 형제 근처에 있는데, 삼 형제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렇지만 독자는 그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에 그림책을 읽는 재미가 있다. 항구에서 노란 오리들이 쏟아지는 장면이 있는데, 자세히 보면 이 오리들과 토끼 삼 형제가 찾는 오리는 약간 다른 점이 있다. 그걸 확인하는 순간, 독자는 또 재미를 느낀다. 어떤 화면에서는 ‘라푼젤’을 연상시키는 장면도 있다. 아주 현실적인 거 같지만, 이 작품은 상상의 세계라는 것도 알려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빙하에서 녹아내린 물이 흐르지 않지만, 스위스 같은 나라에서는 알프스 산에서 녹은 물이 강이 되어 도시 한 가운데를 흐르고, 다른 나라로 흘러 들어간다. 또, 네덜란드 출신 작가답게 네덜란드의 상징처럼 된 튤립이며 풍차를 작품 속에 그려 넣은 것도 흥미롭다. 이 그림책을 통해 독자는 현실과 상상을 오가며 즐길 수 있고, 여기저기 이동하는 인물들과 현장에서 일하는 인물들을 견주어 살펴보며 ‘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한번 보고 마는 그림책이 아니다. 볼 때마다 새로운 게 발견되는 ‘발견의 그림책’이다. 자, 그림책 펴고, 토끼 삼 형제와 함께 여행을 떠나보기로 하자.

은하 철도의 밤

〈은하 철도의 밤〉은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한 일본 최초의 스페이스 판타지입니다. 만화 영화 〈은하 철도 999〉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지요. 〈은하 철도의 밤〉은 미야자와 겐지(1896~1933)가 여러 차례 고쳐 쓴 미완의 장편 동화입니다. 그만큼 겐지에게 애착이 많았던 작품이었던 거지요. 겐지는 자신의 작품을 ‘심상 스케치’라고 했습니다. 자기 마음속에 일어난 것들을 그림으로 그리듯이 글로 썼다는 것이겠지요.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자네리를 구하려다 죽고 만 캄파넬라, 구명보트를 남에게 양보하고 죽음을 선택한 남매와 가정 교사, 죽는 순간 다음 생에서는 남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소원을 빌어 밤하늘의 붉은 별이 된 전갈. 이런 에피소드를 통해 겐지는 혼자만 행복한 게 아니라 모든 생명이 행복하게 살아야 하며, 남의 행복을 위해서는 개인이 기꺼이 희생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말년에 쓴 〈농민예술론〉에서 겐지는 “세계가 전부 행복해지지 않으면 개인의 행복은 있을 수 없다.”라는 말을 하였는데, 함께 행복해야 비로소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겐지의 생각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은하 철도의 밤〉에 등장하는 기차는 우주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각자의 삶을 상징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산 사람만이 아니라 죽은 사람도 기억하면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니까요. 〈은하 철도의 밤〉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입니다. 그만큼 깊이 있는 작품이라는 의미겠지요. 그림책 《은하 철도의 밤》은 화가 후지시로 세이지가 글을 고쳐 쓰고 그림을 그린 작품입니다. 원작에서 빠진 에피소드도 있고 등장인물이 달라진 것도 있으며, 원작에 없는 부분을 후지시로 세이지가 보충해서 넣은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겐지가 원작에서 드러내고 싶었던 주제 의식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림책 《은하 철도의 밤》은 미야자와 겐지와 후지시로 세이지, 두 거장이 만나 새롭게 창조한 예술 세계를 잘 보여 줍니다. 여러분도 이 작품과 함께 멋진 은하 철도 여행을 떠나 보시길 바랍니다.

작지만 커다란 나무

『음양사』의 작가 유메마쿠라 바쿠가 글을 쓴 이 책은 스케일이 엄청나게 큽니다. 이 작품에서 나무는 식물과 동물, 인간이 함께 어울려 사는 생태계, 또는 문명을 의미합니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탐욕스러운 인간의 모습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남도 못 살게 하고 결국 자기도 살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탐욕. 어쩌면 전쟁은 탐욕에서 출발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 때문에 지구에 사는 생물들마저 위기에 처한 현실도 이 작품은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작가는 희망의 실마리를 보여 줍니다. 또 다른 나무가 새 싹을 내밀고 있으니까요. 애니메이션 작가이자 그림책 작가인 야마무라 코지는 한 문명의 탄생과 성장, 몰락의 과정을 다양한 시점에서 보여 주고 있습니다. 두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세계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자, 함께 들어가 볼까요?

전쟁

이 책은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벌레처럼 소리없이 다가와 우리의 평화로운 삶을 완전히 파괴하는 전쟁의 참상을 낱낱이 고발한다.

찾았다, 곰돌이!

이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나도 ‘어디나 곰돌이’하고 아주 큰 모험을 했습니다. ‘어디나 곰돌이’는 얼핏 보면 평범해 보이는 곰 인형입니다. 그렇지만 주말마다 아이들과 함께 굉장한 모험을 하지요. 그 모험은 바로 어디나 갈 수 있고 무엇이나 할 수 있는 상상의 모험입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곰돌이는 평소에 갈 수 없었던 곳을 다 다니게 됩니다. 이 그림책은 상상이야말로 우리 삶을 활기차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을 잘 보여 줍니다. 여러분도 언제든 상상의 모험을 떠나 보세요!

콜레트가 새를 잃어버렸대!

만일 여러분이 낯선 동네로 새로 이사를 갔다고 생각해봐요 . 친구가 없으니 심심하고 뭘 해야 할지 잘 모를 거예요. 이럴 때 이 책의 주인 공 콜레트는 상상놀이를 합니다. 다른 아이들까지 상상놀이에 참가하게 하면서요 . 키우던 앵무새를 잃어버렸으니 같이 찾자고 하면서, 동네 아이들과 사귀게 됩니다 . 콜레트는 상상놀이를 통해 현실과는 다른 세계를 꿈꾸는데요 , 이것은 아이도 어른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현실은 단조롭고 지루해도, 상상을 통해 우리는 훨씬 더 흥미진진한 세상을 꿈꿀 수 있으니까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것 은 상상력 덕분이니까요. 그림책을 읽으면서, 콜레트와 함께 흥미진진한 모험을 해보세요 . 또, 여러분이라면 어떤 상상을 할지도 생각해 보세요

큰 고양이, 작은 고양이

죽음은 슬픈 것이지만, 함께하는 생명의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포에버 영 Forever Young

세대를 이어가는 영원한 약속에 관한 시 그림책 이 작품의 글은 본래 밥 딜런이 자신의 아이를 생각하면서 단숨에 쓴 노래의 가사입니다. 글을 읽다 보면, 아이의 행복을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져서 어느새 빙그레 웃게 되지요. 그래서일까요? 1974년 발표한 노래 <포에버 영>은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어요. 그림도 재미있어요. 화가는 밥 딜런의 가사를 그대로 따라 그리지 않았어요. 그는 밥 딜런의 생애와 작품 전반을 살펴보고, 여기에서 그림책의 이미지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작품은 밥 딜런을 사랑하고, 밥 딜런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에게 종합선물상자 같은 그림책이에요. 장면마다 여기저기서 숨은 그림을 찾듯이 밥 딜런의 인생과 작품에 대한 오마주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사정을 모르더라도, 이 작품을 즐겁게 감상할 수가 있어요. 그림을 한번 살펴볼까요? 제목 페이지를 보면, 한 남자가 ‘거즈 포크 시티’ 앞에서 기타를 치고 있어요. 그 남자 앞에는 탬버린이 놓여 있고요. 어떤 남자아이가 기타 치는 남자를 보고 있어요. 여기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지요. 다음 장면을 보면, 기타 치던 남자가 남자아이에게 기타를 건네주고 있어요. 이 광경을 고양이가 웃으며 보고 있고요. 그다음 장면은 아마 남자아이의 집 같아요. 남자아이는 기타를 치고 있고, 그걸 엄마 아빠가 보고 있어요. 여기에는 고양이도 있어요. 그러고 보니, 고양이는 남자아이네 고양이인 모양이에요. 남자아이가 기타 치는 배경에는 유명한 포크 가수 우디 거스리의 앨범도 보여요. 그다음 장면을 보면, 남자아이는 공원에서 기타 연주를 해요. 많은 사람이 그걸 듣고 있지요. 그다음 장면은 밤이에요. 제목 페이지에 나왔던 ‘거즈 포크 시티’ 주변 건물들이 나와 있어요. 아이가 서 있던 계단이 있던 건물 3층에서 기타 치는 사람의 실루엣이 보이는데요, 아마도 남자아이가 아닐까 싶어요. 그다음 장면은 남자아이의 방 안이에요. 남자아이가 꿈꾸는 것들이 별자리처럼 그려져 있어요. 남자아이는 우주인, 야구 선수, 포크 가수, 연설하는 사람… 등을 생각하고 있나 봐요. 그다음 장면을 보면, 낮이 되었고, 남자아이가 학교 버스 앞에서 친구와 뭔가 약속하는 모습이 나와요. 그다음 장면은 다시 남자아이의 방이에요. 아까 약속을 하던 친구도 있네요. 방 안을 보면 다양한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다음 장면을 보면, 남자아이는 친구와 함께 공원에서 사람들의 서명을 받고 있어요. 현수막을 보면, ‘지구를 구하자’라고 되어 있어요. 남자아이와 친구는 책도 읽고, 음악도 즐기지만, 세계의 문제를 함께 생각하는 그런 인물인 거죠. 그다음 장면을 보면, 친구들하고 공원에서 기타를 치며 연주하고 있어요. 다음 장면을 보면, 자동차를 타고 친구와 어디로 가고 있어요. 안내판을 보면, ‘전에 한 번도 가지 못한 곳’이라고 되어 있어요. 남자아이가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 거지요. 다음 장면을 볼까요? 남자아이는 이제 청년이 되었어요. 청년이 된 남자아이는 친구와 함께 시위에 참가해요. 둘이서 든 현수막에는 ‘전쟁을 멈춰요!’라고 되어 있어요. 반전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반전 평화야말로 남자아이와 친구가 지향하는 것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어요. 그다음 장면을 볼까요? 날이 어두워지는데, 남자아이는 친구와 함께 집으로 돌아와요. 뒤에는 이들과 함께 반전 시위를 했던 이들이 따라오고 있고요. 그다음 장면은 제목 페이지와 아주 비슷해요. 남자가 친구와 앉아서 기타를 치고 노래하고 있는 걸, 어떤 여자아이가 보고 있어요. 맨 마지막 장면은 그 남자가 기타 치는 걸 보고 있던 여자아이에게 그 기타를 건네고 있어요. 이렇게 기타는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거지요. 이 그림책을 보고, 화가의 표현력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어요. 밥 딜런의 가사는 마치 시 같아요. 이렇게 짧은 시를 읽고, 이 시를 쓴 사람이 살았던 시대를 완전히 복원해 놓았으니까요. 그림을 찬찬히 보면서 글을 음미해 보면 더욱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거예요.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을 때, 많은 사람이 놀랐어요. 그러나 그가 쓴 수많은 노래 가사와 그 노래가 만든 파장을 생각하면, 전혀 놀랄 일이 아니에요. 이 그림책은 밥 딜런과 그와 연관이 있는 포크 가수들, 그들이 추구했던 일들, 지향하던 이상과 꿈에 대해 생각하게 해줍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 더 많은 자유, 더 많은 평화는 언제나 필요한 것이니까요.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기타는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이상과 꿈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한때, 나도 어느 거리에서 혼자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림책과 아동 문학을 공부한다고 이웃 나라 일본에서 살던 때였습니다. 내가 살았던 하숙집 할머니도 혼자 사는 할머니였는데, 70살 난 활기차고 공부하기 좋아하는 분이었지요. 우리는 금방 친해져서 같이 영화도 보러 가고, 전시도 보러 가고, 하숙집에서 하는 독서 모임도 같이 했어요. 영어 소설 읽는 모임인데, 일본어 배우는 셈치고 함께하곤 했지요. 셈치고 함께하곤 했지요. 마침, 크리스마스가 있는 지난 12월에, 예전에 살았던 그 하숙집을 방문했어요. 사흘 동안 그 집에 머물면서 하숙집 할머니와 옛이야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 그 하숙집 할머니는 80살이 되었는데요, 할머니와 할머니 친구들에게 이 책을 소개해 드렸어요. 내가 한국말로 번역한다고 했더니, 모두들 읽어 보고 관심을 보여서 참 흐뭇했어요. 언제부터인가 나는 나이를 생각하며 하려던 일을 그만두는 적이 종종 있었어요. 현실을 생각하며 하고 싶은 일을 그만둘 때도 있었지요. 하지만 어쩌면 그게 다 핑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처럼 말이지요. 이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5살짜리 할머니와 5살짜리 고양이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5살은 나비도 되고, 새도 되고, 물고기도 되고, 고양이도 되는 나이니까요. 사노 요코를 무척 좋아하는 독자로서 이렇게 멋진 작품을 우리말로 옮길 수 있어 기뻤습니다. ‘나이보다는 스스로를 가두는 마음이 더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아이 같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도 생각이 났습니다. 하늘나라는 모두가 저마다 자기답게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곳일 테니까요. 즐겁고 활기차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함께 읽자고 권하고 싶습니다. 자, 그림책을 펴고 함께 읽어 볼까요?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