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탐구하는 매개체이다. 시를 통해 당대에 놓여있는 현실 앞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갈등과 문제들을 표현한다. 매일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재조명하여 변화를 촉진하기도 한다. 이처럼 시는 그리고 문학은 시대를 반영하기 마련이며 지금 이곳에는 좋은 일도, 슬픈 일도 그리고 아름다운 일도 있다.
이에 여기에서는 다양한 시작품을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인간의 삶과 그 속에 담긴 사유의 세계를 들여다보고자 하였다. 문학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성찰하여 미래를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 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문예지에 발표하였던 원고들을 모아 보았다. 최선을 다해 시를 들여다보려 하였던 그 순간순간을 여기에 담고자 한다. 1부에서는 자유시를 2부에서는 정형시를 그리고 3부에서는 계간평을 모았다. 진심보다 더 진실되고 간절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진심이 그곳에 닿는다면, 진심이 마음에 닿는다면 우리는 그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자기 자신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타인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과정도 포함된다. 작품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 감정과 생각에 공감하고 이해해보고자 하였고, 개인을 너머 사회적 측면에서 전달할 수 있는 예술적 가치와 메시지를 탐구하고자 하였다. 단순히 받아적는 것이 아니라, 그 말 뒤에 가려진 의미들을 이해해보고자 하는 시간들을 여기 모았다. 그동안 들여다본 마음들이 함께 모여 서로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 되길 바라본다.
2024년 겨울 광주에서
백애송
인간의 삶은 틈의 영역 안에서 이루어진다. 틈은 자아와 자아 사이 혹은 존재와 비존재 사이에도 있다. 이 틈 사이에서 인간의 삶도 이루어지고 있다. 틈 사이이지만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은, 틈과 틈 사이의 영역을 채워 주는 문학이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시는 틈 사이에서 소소하게 발견되는 사물과 사건 그리고 사회와 문화의 복합적 시선을 통해 메마른 감정과 사회를 절충해 주는 촉매제의 역할을 한다.
이에 이 책에서는 이러한 틈 사이에 놓여 있는 존재와 비존재에 대해 재인식해 보고자 하였다. 언어라는 매개를 통해 발현되는 시의 영역에서 실제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는 삶의 국면을 들여다보았다. 때로는 고독하고, 때로는 절망적이며, 때로는 기쁨으로 넘치는 시의 언어들이 이루고 있는 삶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우리 사회는 시를 쓰는 많은 시인들이 중심을 향해 모여 있다. 반면 또 다른 많은 시인들이 주변의 틈에서 묵묵히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 온몸으로 무언가를 쓰고 있을 것이다. 작품 한 편 한 편을 성실하게, 진실되게, 담백하게 읽어내고자 하였던 나의 진심이 그들에게 닿았으면 한다.
그간 문예지에 쓴 글들을 한곳에 모았다. 틈 사이에서 늘 그림자처럼 서성이는 나의 언어들이 한 권의 책 안에서 가만히 숨쉬기를 바라 본다. 사실 머리말을 써야 한다는 자체가 부끄럽다. 이 책은 내가 글을 쓴 것이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그들의 글이 나를 여기까지 끌고 왔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이 안내한 길을 따라 이곳에 도달하였다. 그들의 숭고한 글이 서툰 나의 언어로 인해 상처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위대한 사람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다. 그리고 작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기꺼이 자신의 작품을 내준 당신과 당신들이다.
2023년 1월 -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