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서 성공은 무의미합니다. 그렇다고 실패만을 반복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사뮈엘 베케트의 “다시 시도하기, 다시 실패하기, 다시 더 잘 실패하기”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더 나은 실패’는 문학에서 엄청나게 위로가 되는 명제입니다. (…) 허먼 멜빌의 소설 『필경사 바틀비』의 주인공 바틀비가 필경사가 되기 전에 했던 일은 우체국에서 ‘배달 불능 편지dead letter’를 처리하는 것이었습니다. 배달 불능 편지란 수취인이 불명(不明)이어서 배달할 수 없는 편지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때 일어나는 문학적 반전은 배달이 가능한 편지가 오히려 해석이 완료된 ‘죽은dead’ 문학이고, 배달이 불가능한 편지는 아직 읽히지 않았기에 ‘죽지 않은un-deae’ 문학이란 사실입니다. 그래서 배달 불능 편지는 전달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다른 누구에게 전달될 수도 있는 것, 그래서 새롭게 읽힐 수 있는 가능성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더 나은 실패’에 해당하는 문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오늘보다 더 낫게 실패하겠습니다. ‘오늘’의 그림자까지 담아내는 ‘내일’의 그림자 문학을 지향하겠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둠이 보인다는 의미에서의 ‘그림자의 빛’을 놓치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