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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한수산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46년, 대한민국 강원도 인제

직업: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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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내가 떠난 새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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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백년의 약속

이 세 편은 집요했고 그래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조국 그리고 역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내가 만나야 했던 물음들이었지만... 끝내는 '내게 강 같은 평화'를 준 작품들이다. 이 작품집으로 어던 굽이 하나를 돌아나온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 작품들이 담고 있는 세계는, 어쩌면 분단 조국에서 태어나 덧없이 50대를 맞고 있는 내가 치러내지 않으면 안 되었던 시간의 통과의례였는지도 모른다. 살아남기 위해서 건너가야 했던 사막. 그러나, 그래도 어떻게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자위와 거기 뒤따르는 허망함은 잠시 옆으로 밀어놓기로 한다. 이 물음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좀더 거슬러 올라가서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마음의 가벼움이 여기에 있다.

길에서 살고 길에서 죽다

이제는 때가 왔다는, 더 늦출 수 없다는 각성과 함께 나는 그 집터에 앉아 하느님과의 약속을 떠올렸고, 그 때 비로소 무엇보다도 먼저 천주교 박해사를 이해하기 위한 길을 떠나자는 다짐을 했다. 순교자들의 발길을 따라 그들의 자취를 내 몸에 심자는, 그렇게 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의 밑그림을 그리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떠났다. 이 책은 가이드북이 아니다. 2년 반에 걸친 내 길위에서 떠돌았던 생각의 그루터기들이며, 사람에의 그리움이다. (...) 이제 내가 찾아가는 그 어느 곳에선가 띄우는 글을 통해, 떠남의 걸음마다 내 믿음에도 벽돌이 하나씩 쌓이고, 그것이 이 글을 읽어 주실 여러분에게 작은 가루로라도전해질 수 있다면...하고 기도한다. 그러므로 다만 바라고 있다. 이 글이 우리의 순교사를 찾아가는 내 마음의 기도일 수 있기를. 그만한 것에라도 가 닿을 수 있기를.

까마귀 1

초고를 끝내던 날, 서재가 있는 남한강가에는 진눈깨비가 뿌렸다. 그 눈발 속을 걸었다. 처음 한국인 피폭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나가사키를 찾았던 것이 1990년 여름이었다. 긴 세월이었다고 허망해하지는 않았다. 때로는 포기했고, 때로는 예전 없이 미뤄놓기까지 했던 시간들이었다. 건너야 할 강 하나를 이제 건넜다는 무심함으로 눈발 속에 서 있었다.

까마귀 2

초고를 끝내던 날, 서재가 있는 남한강가에는 진눈깨비가 뿌렸다. 그 눈발 속을 걸었다. 처음 한국인 피폭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나가사키를 찾았던 것이 1990년 여름이었다. 긴 세월이었다고 허망해하지는 않았다. 때로는 포기했고, 때로는 예전 없이 미뤄놓기까지 했던 시간들이었다. 건너야 할 강 하나를 이제 건넜다는 무심함으로 눈발 속에 서 있었다.

까마귀 3

초고를 끝내던 날, 서재가 있는 남한강가에는 진눈깨비가 뿌렸다. 그 눈발 속을 걸었다. 처음 한국인 피폭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나가사키를 찾았던 것이 1990년 여름이었다. 긴 세월이었다고 허망해하지는 않았다. 때로는 포기했고, 때로는 예전 없이 미뤄놓기까지 했던 시간들이었다. 건너야 할 강 하나를 이제 건넜다는 무심함으로 눈발 속에 서 있었다.

까마귀 4

초고를 끝내던 날, 서재가 있는 남한강가에는 진눈깨비가 뿌렸다. 그 눈발 속을 걸었다. 처음 한국인 피폭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나가사키를 찾았던 것이 1990년 여름이었다. 긴 세월이었다고 허망해하지는 않았다. 때로는 포기했고, 때로는 예전 없이 미뤄놓기까지 했던 시간들이었다. 건너야 할 강 하나를 이제 건넜다는 무심함으로 눈발 속에 서 있었다.

까마귀 5

초고를 끝내던 날, 서재가 있는 남한강가에는 진눈깨비가 뿌렸다. 그 눈발 속을 걸었다. 처음 한국인 피폭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나가사키를 찾았던 것이 1990년 여름이었다. 긴 세월이었다고 허망해하지는 않았다. 때로는 포기했고, 때로는 예전 없이 미뤄놓기까지 했던 시간들이었다. 건너야 할 강 하나를 이제 건넜다는 무심함으로 눈발 속에 서 있었다.

사람을 찾아, 먼 길을 떠났다

다들 비우라고 말한다. 마음을 비우고, 사람을 비우고, 뜻을 비우라고 한다. 그러나 둘러보면 비울 것도 없이 나는 척박했다. 때로는 채우고 싶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저 세월 속에, 저 미망 속에, 저 약력 속에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포개듯 채워놓고 살고 있었던가. 그랬다. 비우지도 채우지도 못한 채, 나는 떠났지만 어느새 돌아와 있었고, 돌아와서는 또 떠나온 그곳에 마음을 띄워놓고 살았다. ... 여행에서 돌아오면 언제나 상처가 남았다. 그 상처로 신음하다가 딱지가 앉을 무렵이면 또 떠났었다. 사람을 만나러, 사람을 그리워하며. 그리고 나는 여전히 떠날 것을 꿈꾼다.

사랑의 이름으로

불타버린 재처럼, 내 안에서 갑자기 하나의 이야기가 현이 울리듯 떠올라 왔다. 저 젊은 날 어느 때부터인가 쓰기를 꿈꾸며 지내왔던 이야기가, 그것이 이제 비로소 씌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속삭임이 현이되어 울리고 있었다. 이제 쓰지 않으면 결코 써내지 못하리라는 예감과 함께, 사랑에 있어서 영혼과 육체란 어떤 황금 분할로 이루어져 있는가, 바로 그 이야기였다.

사월의 끝

작품집 <사월의 끝>에는 1972년에서 1976년 사이에 쓴 단편들이 실려 있다. 한 청년이 껴안고 있던 정서들이 담겨 있는 작은 집에 그렇게 비바람 불며 30여 년이 흘러갔다. 그 무렵 나에게 있어 '글과 이야기'는 군사독재 시절의 암울한 사회 상황을 견뎌내는 갑옷이었다. 대학 시절 빈 강의실에서 연필을 깎아가며 썼던 초고들이, 잠든 아내의 옆에서 스탠드 불빛을 가려가면서 썼던 글들이... 그런 글들이 여기에는 모여 있다. 지나온 시간의 저 너머를 바라보는 회한이, 따듯한 눈물이, 잘못 저지른 일들의 돌이킬 수 없음이 그 밑을 흐르고 있다. 30년이라니, 때로는 고였다가 넘쳐서 다시 흐르며, 때로는 먼 길을 돌아서... 물처럼 흠러서 여기까지 왔다.

푸른 수첩

이제 돌아보면, 이 작품은 내 여러 소설 가운데 자신의 젊은 날이 가장 진하게 일그러진 모습으로 배어 있는 작품이다. 성장의 정신세계를 소설로 변형시켜 내려 했던 이때 내 개인사에서는 아버지의 일주기가 가까워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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