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유교적 가부장제를 선전하는 문헌은 흔하디흔하지만, 여성이 가부장제의 권력 집행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알리는 문헌은 거의 없다.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신태영의 이혼 사건 역시 아주 희귀한 경우다. 나는 이 희귀한 이혼 사건을 재구성하고 음미함으로써 가부장제의 권력 집행에 대해 여성이 어떻게 대응해나갔는지를 탐색하려 한다. 그것은 곧 소수자로서 혹은 하위 주체로서의 여성이 남성의 권력에 대응한 역사의 일단을 살펴보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룰 다섯 가지 물건은 어렵고 희귀한 접촉의 기회에서 조선인이 특별히 주목한 것들이다. 조선 사람들이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이 다섯 물건은 조선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그리고 그 물건의 배후에 있는 과학과 기술을 얼마나 이해했던 것인가?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이제 책을 시작한다.
인간의 역사는 곧 의도를 갖는 책의 역사들이다. 책을 쓰는 사람은, 곧 책에 몰입하는 인간들이다. 다름아닌 책벌레들이다. 누가 세상을 만드냐고 묻는다면 나는 책벌레들이 만든다고 말하겠다. 이 책은 조선시대 책벌레들에 대한 이야기다. 잘 알려진 인물도 있고, 그렇지 아니한 인물도 있지만, 그들이 책에 베풀어놓은 생각들이 결국 조선 사회를 만들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