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을 소프트웨어가 차지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스마트 혁명이라고도 불리는 다양한 디바이스의 출현과 대중화를 지나, 코로나 시국이라는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소프트웨어 의존도는 더욱 높아져만 가고 있다. 그 치열한 경쟁 안에 살아남는 소프트웨어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감히 단언컨대, 그것은 사람이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는 배우기 쉽고, 사용하기 쉽고, 기억하기 쉽다. 결과를 내는 데 중심을 둔 태스크 위주의 소프트웨어는 사람들이 실수하기 쉽고, 아주 불친절하며, 최악의 경우 사용자가 자신을 무능하다고 생각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누가 이런 소프트웨어를 소비하려 할까?
객체지향 프로그래밍(OOP)과 사용성이 화두가 된 지 꽤 오래지만, 아직도 사람 중심이 아닌 태스크 중심의 앱/웹사이트/서비스 등을 접할 때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나라와 나라의 경계는 물론 가상과 현실의 경계마저 무너지고 있는 요즘, 플랫폼이 무엇이든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면 이 문제를 다시금 깊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능숙한 개발자라면 지금까지 만들어 왔던 소프트웨어를 뒤돌아보며 앞으로의 일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며, 입문한지 얼마 안 된 개발자라면 소프트웨어 전체를 어떻게 바라보고 프로그래밍을 해야 하는지 생각할 기회를 얻을 것이다.
모든 일은 사람에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는 어찌 보면 간단한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생각해보고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좋은 생각과 과정을 거쳐 많은 사람이 편하게 쓸 수 있는 멋진 결과를 이끌어내 이 어려운 시기를 승승장구하며 나아가길 기원한다.
다른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마음은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안에 존재해 왔다. 철학자부터 심리학자까지 내로라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사람의 마음과 두뇌에 대한 수많은 가설을 세우고 실험과 논의를 해왔으며, 그 와중에 소설, 영화, 드라마, 만화 등 다양한 콘텐츠의 모티브로 활용돼 우리에게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 최근 국내에는 일반 심리학뿐만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기 위한 심리학 서적은 말할 것도 없고, 뇌와 인지과학과 관련된 도서도 정말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게임과 인간이라는 큰 두 가지 주제를 다루는 책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 이유로 심리학 관련 전문가는 아니지만 깊은 관심을 가지고 게임 및 IT 업계를 바라보는 사람으로서 이 책을 번역하고자 욕심을 내게 됐다.
가끔 버그로 고생은 하지만 모든 것이 명쾌하게 떨어지는, 0과 1로 만들어진 세계에서 생활하던 내게 있어 이 책은 매우 어려웠다. 솔직히 어려운 심리학 용어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아직도 한참 올라야 하는 높은 산처럼 느껴졌으며, 본문에 언급된 책도 빠짐 없이 전부 읽어봤지만, 반 정도밖에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무사히 번역을 끝낼 수 있었던 이유는 저자가 게임을 하는 사람의 생각과 마음, 행동에 대한 궁금증에 초점을 잘 맞춰 설명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여러분 중에는 나와 마찬가지로 인문학이 어렵다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며, 거꾸로 인문학은 둘도 없는 친구지만 게임 디자인이나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내용에는 당황해 동공이 흔들리는 분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간에 이 책은 사람과 게임을 알고 싶어하는 독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원래 번역할 때 가능한 독자가 인터넷이나 참고 자료를 찾아보지 않고도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주석을 꼼꼼히 넣는 편이다. 이 주제에 관심을 갖는 대부분의 독자가 나와 비슷한 처지일 거라는 생각에 주석이 더 많이 들어갔다. 읽는 데 방해가 된다면 송구할 뿐이지만, 작은 정성이라 생각해 주시면 더없이 감사하겠다. 또한 일반적인 심리학 전문 서적과는 달리 번역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mind'라는 단어는 '마음'이라고 하기에는 논리적 사고가 들어가야 하고, '생각'이라고 하기에는 심리적인 부분 역시 포함해야 하는 단어라 생각하기에 고집스럽게 '마인드'라 번역했다. 역자의 패기라고 좋게 생각해 주시기를 바랄 뿐이다. 심리학 용어는 대부분 양돈규 님의 저서 『심리학사전』(박학사, 2013)을 참고했으며, 저자가 본문에 인용한 책들 중 번역서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내용을 인용 또는 참조했다.
부족하나마 많은 분께 게임과 사람에 대한 저자의 깊은 통찰력이 잘 전달되길 바라며, 사람에 대한 배려와 깊이가 있으면서도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 여러분의 손에서 탄생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 책을 읽고 있다면 직업이 프로그래머든, 디자이너든, 회사원이든, 학생이든, 만들기에 관심이 있는 분이 틀림없다. 만드는 것이 게임이든, 앱이든, 그림이든, 레고든 상관없이 말이다. 만들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들어가는 시간과 물자 등은 천차만별이지만, 기본적인 요소로 분류한다면 재료, 도구, 나름의 스킬 그리고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윷놀이 게임을 만든다고 생각해 보자. 설날에 가족들이 모여 앉아 함께 즐길 수 있는 실물의 윷놀이 게임을 만들려면 물리적인 말판과 윷, 말과 가상적인 윷놀이 게임 규칙이 있어야 한다. 그 가운데 말판을 만들려면 재료인 종이, 도구인 연필, 말판이 삐뚤어지지 않고 보기 좋게 그리는 스킬, 말판을 동그랗게 그릴지 정사각형으로 그릴지 하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윷과 말 역시 같은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노트북에서 실행되는 윷놀이를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에 대한 답을 금방 하는 분도 있을 것이고,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는 분도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분도 걱정하지 말라. 이 책에는 재료, 도구, 스킬, 아이디어, 이 네 가지 모두 들어 있다.
여기서 첫 번째인 재료는 흔히 '리소스'라고 부르는 그래픽적 요소와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외계어 같은 '스크립트'가 소스 그대로 들어 있다. 두 번째 도구로는 '유니티'가 사용된다. 유니티에 관한 글은 너무나 많이 나와 있으며, 관련 커뮤니티가 잘 돼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세 번째인 '스킬', 흔히 노하우로도 불리는 이 스킬에 있어 저자는 도가 텄다. 도구인 유니티를 잘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그만의 노하우를 세심히 잘 정리했을 뿐만 아니라, 산 넘어 산이라 생각하기 쉬운 스크립트에 관한 기술도 필요한 만큼 정리돼 있다. 마지막인 아이디어는 기본적인 '타워 디펜스 게임'을 목표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이 준비돼 있다.
'어? 처음부터 끝까지? 그럼, 이 책도 따라 하기 책이겠군'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까지 정말 많은 따라 하기 책을 봐왔다. 이런 종류의 책은 분야도 정말 다양한데, 그 공통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하면 "짜잔! 프로젝트가 이렇게 완성됐어요!"하고 끝난다. 그렇다면 이런 책을 보며 한번 만들어본 다음,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 수 있는 독자는 얼마나 될까? 어쩌면 대부분은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조차 모르고 포기했을 것이다. 나는 이런 책이 나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새로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는 맞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왜 그럴까? 그것은 바로 연습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점을 통감해 이 책을 한 번 읽고 따라 하고 연습한 사람은 적어도 예제를 변형해서라도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에 조금이라도 가깝게 다가갈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번역하면서도 연습 문제 부분은 고난이었다(참고로 나는 저자의 의도에 따라 번역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여기 나온 연습 문제를 다 풀어 보고 저자에게 다 검토받고 수정했다). 특정 장에 따라서는 양에 압도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 촘촘함이었다. 저자는 입문자와 어느 정도 스킬이 있는 독자, 모두가 연습 문제를 통해 실력을 다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어쩌면 이 연습 문제는 당신을 괴롭힐 것이다. 하지만 절대 지지 말고 되든 안 되든 자꾸 해보길 강력히 권한다. 연습 문제가 너무나 고단하다 싶은 분은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하고,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만든 다음, 각 파라미터의 수치를 바꿔 보거나 악당이라 보기 힘든 이 책의 주인공 캐릭터인 '사악한 판다' 대신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넣어 본다든가 하며 말 그대로 가지고 놀아 보길 권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아! 여기가 이렇게 되는 건 이것 때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되고 하나씩 알아가는 즐거움에 빠져 어느새 만들고 싶었던 게임을 만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 한 번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만들기를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이 책을 곁에 있는 한 문제 없다. "행동은 모든 성공의 기본 열쇠다"라는 화가 피카소의 말처럼 일단 저지르고 마음껏 즐기기를 바란다.
2018년 늦가을쯤 나왔던, 크리스 프랫이 나오는 <포트나이트> 국내 광고를 본 적이 있는가? 당시 이 책을 번역하고 있던 나는 다소 경박한 그의 도발과 그에 응대하는 국내 유저의 한마디에 한참을 혼자 웃었다. 지금 다시 떠올려봐도 광고 기획자의 의도가 불쾌하기보다는 (좋은 의미에서) 잘 놀고 금방 뜨거워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유한 특성을 바탕으로 적절한 수위에서 재미있게 잘 만든 광고였다.
그렇다, 우리는 잘 논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게임, 즉 놀이에 대한 저력이 내재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힘을 표현하는 사고와 정서가 다양하게 드러나지 못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게임과 AI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더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에서는 지능을 포함한 AI와 게임에 대해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핵심만 짚어 잘 설명하고 있다.
사실 AI에 관련된 책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지만, 왠지 전문적인 배경지식이 없으면 읽기 힘들 것 같은,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게임 업계에 몸담고 있지 않은 분들도,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분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며, 번역 역시 이에 중심을 두고 진행했다. 특히, 앞으로 게임 업계나 AI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이 책을 읽어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여기서 먼저 여러분께 역자의 한계를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언어라는 수단 안에는 정말 많은 것이 담겨 있으므로 단어 하나를 옮기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역자의 실력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하나의 단어로 단정 짓게 되면 그것으로 사방이 막혀버린다는 생각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예를 들어 '게임 디자인(game design)'이라고 하면 게임에 들어가는 아트(art)를, '게임 설계'라고 하면 게임의 뼈대를 만드는 작업을 떠올리는 분이 아마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영어 단어 'design'에는 이 두 가지 의미가 다 포함돼 있다. 그뿐만 아니라 게임 디자인에는 뼈대를 비롯해 게임 레벨, 캐릭터 설정 등과 같은 그 외 여러 가지 작업이 포함된다. 그래서 역자는 이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design'이라는 단어의 한계를 여러분이 직접 이 책을 통해, 그리고 여기서 소개하는 참고 자료를 찾아보며 규정했으면 하는 만용을 부려본다. 부디 열린 사고와 정서를 갖길 바라는 역자의 바람으로 이해해주시길 기대한다. 이 책을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꿈꾸는 열린 마인드의 여러분께 즐겁게 노는 나날이 가득하길!
홀로그램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내 경우에는 영화 속 장면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기억하는 생애 첫 홀로그램은 첫 번째 <스타워즈>로, R2-D2가 투영한 레아 공주가 탁자 위에 비춰지는 장면이었다. 그 후, 스티브 잡스의 비웃음 덕(?)에 IT업계에서는 나름 입소문을 탔던 <마이너리리포트>의 홀로그래픽 인터페이스를 거쳐, <아이언맨>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영화 속에 홀로그램이 점점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사이 날마다 진보하는 기술 덕에 이제는 영화가 아닌 실생활 속에서 홀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됐으며, 미래를 예측하는 석학들은 너나없이 차세대 기술로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가상현실(VR) 등을 말하고 있다. 이 현실 속에 홀로그램은 확실히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 활약은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볼 수 있으리라 감히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그렇기는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이 분야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며, 안타깝게도 국내에는 번역서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도서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산업 전반에 걸쳐 홀로그램을 사용한 콘텐츠 자체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 누구나 이용하고 개발하기에는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부족하다는 것은 앞으로 채워갈 여지, 즉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부족하기 때문에 더 많이 공부할 수 있고, 더 많이 시도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 책은 이 분야뿐만 아니라 디자인/설계, 개발, 기획하는 데 필요한 것을 안내하는 것은 물론이고, 디자이너이자 코더로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몸소 체험한 경험에서 우러나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마음껏 꿈을 꾸고 그것을 실현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말대로 자신의 직업이 무엇이든 이 책을 꼭 한번은 읽어 보길 바란다. 여러분 앞에 새로운 세계가 태동하는 순간을 목격하고 이에 영감을 받아 여러분의 일에, 삶에 반영하길 바란다. 이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아마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되리라 믿는다. 무언가를 상상하고, 그걸 실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그 방법을 실천하기 위해 별별 짓을 다해 완성했을 때의 그 희열 말이다. 홀로그램은 여러분을 다시 꿈꾸게 하고, 서슴없이 다시 미친 짓을 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