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오늘날 이 섬은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땅은 병들고 바다는 죽어가고 있다. 오름은 파헤쳐졌다. 살아 있는 물인 산물이 콸콸 쏟아지던 물통들도 사라지고 있다. 스스로 태어나고, 스스로 존재해온 것들이 사람들에 의해 파괴되고 사라지고 있다. 스스로 태어나고 스스로 존재해온 것들이 사라진다면 이 섬에는 무엇이 남을까. 신들이었던 것들이 병들고 무너지고 파괴되어 사라지면 이 섬은 그대로 섬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신들이 사라진 땅에서 사람들은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섬에 몸 붙이고 대대로 살아온 이들이 그러한 삶을 견뎌낼 수 있을까. 섬은 섬이어서 좋은 것이다. 섬을 섬답게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 그것만이 섬도 사람들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_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