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詩몸살을 앓고 나서 시집을 엮는다.
위중하신 아버지와 너무 늦은 사랑과 관면(寬免)이
핑계라면 핑계다.
스승 임영조 시인의 가르침을 한 행도 이루지 못했다.
육화되지 않은 문자들을 함부로 엮은 죄,
평생 짊어지겠다.
행여, 이 시집을 기꺼이 읽어주실 독자들께
아득한 시학이지만 더 공부를 높이겠다고 다짐을 한다.
대저 나의 詩살이가 단 한 사람의 향기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단풍 든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께 무릎을 꺾습니다.’
눈물소리 서늘한 초하,
백합이 피었다는 것은
엄마 추모일이 가찹다는 것.
꽃자리마다 불효자리다.
용서받을 수 없는 일생,
참회의 사각바퀴를 끌겠다.
시는 아직도 아득하여
천상의 엄마 지청구를
그냥 받아 적기만 했다.
깜냥도 안 되는 알량한 글을
이 땅의 뼈가 되어 주신
위대한 어머님들께 바친다.
2019년 어머니 추모일에 -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