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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최동호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48년, 대한민국 경기도 수원

직업:시인 문학평론가

최근작
2024년 5월 <생이 빛나는 오늘>

공놀이하는 달마

동쪽으로 온 달마를 화두 삼아 삶의 껍질을 벗어보겠다고 마음 먹은 지 10년여의 세월이 지났다. (...) 이 지점에 이르기까지 나이면서 나 아닌 것을 찾아 많은 방황과 반성의 시간들을 보냈다. 이제 겨우 시가에 꽂힌 책들의 밀림을 벗어나 밀림의 흙 묻은 빗방울 소리 듣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백석 문학전집 3 : 테스

백석의 연보에는 나타나고 있지만 실물을 확인하지 못한 『테스』를 여러 경로를 거쳐 찾고 있었다. 당시 조선일보사를 그만두고 만주지역을 방랑하던 백석이 1940년 조광사에서 『테스』를 출간하기 위해 서울을 다녀갔다는 기록은 있었지만 그 본문을 누구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자료를 찾지 못해 아직도 아쉬움이 남아 있는 『테스』를 다시 찾아 나섰다. 우선 다시 국내 고서점과 대학 도서관을 수소문하는 것이 선결과제였다. 고서점에서는 별무 성과를 거두고 국내의 유명대학 도서관을 샅샅이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서강대학교 로욜라 도서관에 『테스』가 소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의외로 등잔 밑이 어두웠다는 사실에 재삼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병 속의 바다

30여 년 전 부터 간행한 시집 여섯 권을 일별하고 그 동안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추구해 왔는지 돌아보았다...... 선별 작업을 마무리하고 나니 나에게 남은 것은 잔설이 듬성듬성한 겨울산의 이미지였다. 어딘가에 봄기운을 감추고 있을 겨울산을 지금 연상하고 있다면 그것은 아직도 나의 갈 길이 조금 멀리 남아 있다는 느낌을 갖고 싶어 하는 무의식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불꽃 비단벌레

정신주의의 구극을 가고 싶었다. 그 소실점에서 불꽃 비단벌레가 날아 올랐다. 영롱한 비단벌레 날개빛을 바라보며 뒤집어진 구들장에 죽 한 그릇 끓이는 마음으로 침묵의 먹을 갈아 시편들을 다듬었다.

생이 빛나는 오늘

시조의 길도 아니고 하이쿠의 길도 아닌 시 형태를 깊이 탐구해 왔다. 오랜 모색 끝에 디지털적 시대의 시가 무엇인가를 다시 고려해 보았다. 민요형의 사구체 향가에서 발원한 고대 시가는 시조 창을 부르던 시대를 거쳐 디지털 시대의 사행시로 재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서정시는 궁극적으로 노래를 지향한다. 1930년대 시문학파의 김영랑이 사행 소곡을 발표한 이후 간헐적으로 사행시가 맥을 이어 왔지만 디지털 시대를 맞아 사행시는 새로운 시적 형식으로 생명력을 부여받아야 할 것이다.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시대 정신을 표현하는 시 형태가 사행시이다. 지난 삼 년여 동안 줄기차게 탐구한 사행시를 한 권 시집을 묶는다. 2024년 봄

수원 남문 언덕

이 시집에 수록된 상당수 시편들에서 4행시를 기본으로 응축과 확장을 시도했다. 행수를 줄여 나가거나 행수를 늘여 가는 실험이다. 시적 감정이 발화되는 순간 그 안에 담기는 ? 뼁育?그 자체가 지닌 에너지로 스스로 형태를 만들어 행간을 조정한다는 사실을 최근의 시작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신라시대의 고가 향가를 염두에 두고 시적 형태에 현대성을 불어넣고자 했다. (……) 자퇴 후 53년 만에 받은 수원중학교 명예졸업을 기념하여 수원 사람들에게 바치는 시집이다.

정지용 전집 1

정지용 시를 읽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중반부터이다. 지용의 시가 공식적으로 해금된 1988년부터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졌으나 당시로서는 금서에 해당되는 지용시집을 인사동 고서점에서 구입하여 눈 내린 밤이 깊어지는 것도 모르고 읽었다. (……) 초기 김학동 교수의 작업은 정지용 연구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그러나 정밀한 자료 고증을 통해 정지용전집이 새로 출간되어야 한다는 것을 <개편되어야 할 정지용전집>(2002,10)을 쓸 무렵 구상했지만 구체적으로 추진하지는 못했다. 이 책은 <정지용 사전>(2003)과 <정지용 시와 비평의 고고학>(2013)의 토대 위에 멀리는 10년 이상 가까이는 5년여의 세월 동안 발로 뛰고 손으로 모으고 자료를 찾아 이루어진 것이다. 지난 40여 년의 땀과 노력이 여기에 결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문 자료의 발굴은 지용시의 생생한 현장을 알려 줄 것이며 정지용이 동지사대학 예과 시절에 일본어로 쓴 다량의 자료는 지용의 초기 시편을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 - 머리말

정지용 전집 2

현대시의 아버지인 시인 정지용은 산문가로도 날카로운 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당대에 이태준의 산문을 세상에서 알아주었다고 하지만 지용의 산문은 그 나름의 맛깔스러움으로 통렬한 재미를 선사한다.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대한 서문에서 정지용의 산문은 빛을 발했던 것은 물론이고 기행산문에서도 지용의 독특한 시각은 첨예한 감각으로 묘사되고 있다. 한 예로 한라산 정상을 등반하고 하산한 다음 지용은 ‘나의 뇌수를 꿈과 같이 밞고 지나’는 마소들을 떠올리고 있는데 시 「백록담」은 이런 경험이 없었더라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용의 산문은 지용 특유의 감각적 언어를 구사하여 산의 정경과 이미지가 그대로 떠오르도록 글의 맛을 느끼게 한다. 실제 현장 체험을 바탕으로 지용의 제2시집 『백록담』이 탄생했다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대지에 발을 딛고 있는 자가 아니라면 훌륭한 시를 쓸 수 없다. 지용의 시가 바로 그렇다는 것 그리고 그 시편들이 지용의 우리의 삶과 시적 전통에 깊게 뿌리내리게 하는데 그의 산문들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사실은 무심하게 지나쳐 갈 수 없는 의미를 갖고 있다.

정지용시와 비평의 고고학

시가 무엇인가 의문이 들 때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과 <정지용시집>을 펼쳐들었다. 1999년 안식년을 맞아 미국 UCLA대학에 갔을 때 다른 자료는 제쳐두고 김학동 선생이 편한 <정지용전집>을 가지고 가서 매일 도서관에서 한두 편의 시를 읽었다. 잡념 없이 한국현대시의 아버지라고 지칭되는 정지용의 시를 정독하는 밀도 높은 시간들로 충만된 가을과 겨울을 보냈다. 귀국하여 정지용의 시어를 천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세밀한 작업을 진행하여 2003년 고려대학교출판부에서 <정지용사전>을 발간했다. 번거로운 과정이 요구되는 일이었지만 그것대로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고 기억된다. 정지용의 시를 읽고 논문을 쓰면서 보낸 30년은 그렇게 오랜 시간이 아니었다. <정지용사전>에 이어 <정지용평전>과 더불어 이 책은 필자가 구상했던 정지용연구 삼부작에 해당된다.

제왕나비

간결한 시의 여백이 불러일으키는 극서정의 명징성에 도달하는 것이 시적 목표였다. 그러나 시적 소재가 전하는 목소리에 따라 때로는 형식을 확장하기도 했다. 숙고의 과정에서 고견을 주신 분들에게, 아내와 아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2019년 2월

진흙 천국의 詩적 주술

서구의 비평이론을 원용한 혁신적인 명제를 내세웠다기보다는 현재의 쟁점들을 천착하고 이를 지속적인 논리로 해결하려 모색하였다. 서구에서 전파된 비평적 논리를 추수하려는 강한 지적 유혹 속에서도 필자는 나름대로 일관된, 비평적 논리를 찾으려 노력해왔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밖에서 빌려온 외적 충격도 중요하지만 안에서 발생된 내적 논리를 심도 있게 되새겨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판단하였고, 변하는 것들 속에서 변하는 것들과 더불어 변하지 않는 것들을 통찰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그것을 필자 나름으로 말한다면 균형과 조화의 미학의 추구라고 할 수 있으며 문학과 인간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라고 말해두고 싶다. 그런 점에서 다음과 같은 화두로 이 책의 서두를 집약하고 싶다. 시의 미래가 있을까. 그렇다. 시의 미래가 없다면 인류의 미래도 없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광화문 현판이 걸리고 경복궁 문이 새롭게 열리는 8월 15일 오전 『윤동주전집』의 교정쇄를 다듬고 있었다. 일제 암흑기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참회록’을 썼던 윤동주 시인이야말로 누구보다 이 역사적 순간을 기다렸을 것이다. 부끄러움 없이 한 시대를 산다는 것이 어려운 시대였다. 부끄러움을 고백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윤동주야말로 치욕의 시대를 살면서 진정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던 시인이었다. 광복의 그날을 기다리며 일제의 감옥에서 순절한 그의 순결한 삶은 지난 100년의 역사 속에서 그리고 광화문이 다시 열린 이 순간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부각된다. 지난 3년 동안의 작업을 거쳐 『윤동주전집』을 간행한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도 막상 작업에 들어가면 쉽지 않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윤동주 자필 시고전집』(민음사, 1999)이 간행되어 결정적으로 도움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표기법이라든가 사투리 그리고 시어의 어감을 살리는 일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았다. 헛되이 시간만 보내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한편 들기도 했지만 2010년 광복절을 맞이하고 보니 새삼 보람을 느끼게 된다. 이 전집을 엮어 나가는 과정에서 그 동안 간행된 『윤동주 자필 시고전집』을 토대로 정현종 외 『정본 윤동주 전집』(연세대학교 출판부, 2004), 홍장학 지음 『정본 윤동주 전집 원전연구』(문학과지성사, 2004), 조재수 저 『윤동주 시어사전』(연세대학교 출판부, 2005) 그리고 권오만 저 『윤동주 시 깊이 읽기』(소명출판, 2009)와 송우혜의 『윤동주 평전』(푸른역사, 2008) 등을 주로 참고로 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간행된 다른 어떤 판본보다 육필원고에 가장 가깝게 접근하되 오늘의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전집을 만들고자 하였다. 이 전집은 육필 원고 노트를 중심으로 크게 4부로 나누었으며 원전의 한자를 버리지 않고 병기한 것은 물론 시어풀이와 작품의 표현 형태에도 손상이 가지 않도록 정성을 다했다. 이와 더불어 부록에 있어서도 한국문학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자료와 함께 엮은 생애와 연보 그리고 가장 최근까지의 논문서지와 창작 연대순 작품목록을 정리하였다. 또한 「윤동주 중복 작품표」를 제시하였으며, 편자의 「오늘의 상황에서 윤동주 시 읽기」를 수록하여 명실상부하게 윤동주의 시세계 전체를 조감할 수 있는 전집이 되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황금 가랑잎

극서정시에 대한 탐구의 지속이다. 그 과정에서 확장과 축소를 시도해 보았다. 산문시는 그 흔적이다. 맑고 순정한 세계에 도달하여 생명의 근원을 탐색하는 데 전력투구했다. 귀신의 소리도 듣고, 편의점 인간도 그리고 약한 생명의 소리에도 귀 기울여 보았다. 백지의 벽 앞 시가 갈수록 어렵다. 2021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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