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물리학의 유명한 실험 중 하나인 이중 슬릿 실험에서는 관찰자 효과라는 것이 존재한다. 관찰자가 관찰을 할 때는 빛이 입자처럼 움직이고, 관찰을 하지 않을 때는 파동처럼 움직인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는 우리가 관찰이라는 행동만으로 〈현실〉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 퍼뜩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시뮬레이션이든 아니든 우리가 사는 세계의 기본 조건일지 모른다. 책을 읽든, 게임을 하든, 흔히 말하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든 〈나〉가 어떤 주관을 가지고 그 안에 관찰자로 들어가는 순간이 그 현실을 〈만든다〉는 것이.
‘아마존’에서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저는 직접 소설을 쓰는 한 사람으로서 참 매력적인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즘은 를 비롯한 과학수사물이 큰 인기를 얻고 국내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도 법의관들의 활약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지는, 어설픈 배경지식만 가지고 미스터리 소설을 썼다간 독자들의 높은 수준을 만족시키기는커녕 큰코만 다치기 십상인 시대니까요. 그렇다고 모든 미스터리 작가 지망생들이 의과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에 범람하는 도저히 믿기 어렵고 중구난방인 정보들에만 의존할 수도 없는데 말입니다. 정확히 저와 같은 필요를 느낀 사람들을 겨냥해 나온 매력적인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차근차근 책을 읽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소득이 있었어요. 관련된 의학 정보를 습득할 기회가 있었던 건 물론, 다른 미스터리 작가(지망생)들의 아이디어를 보며 저 자신이 구상하는 이야기에도 영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런 구체적 상상들이 매우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죠. 이 책을 국내의 다른 작가(지망생)들과도 공유하면, 아직은 척박한 한국의 미스터리 소설계에도 순풍을 일으킬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타국에서의 일 년』은 우리의 낯선 경험을 은유한다. 작가는 그런 낯선 경험이 세상을 변화시키기에는 너무도 미미한 것이고, 심지어 우리 자신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없다고. 하지만 그 여행 중에 얻은 ‘칼’ 같은 것을 잘 간직하다 보면 언젠가 우리가 결정적인 행동을 해야 할 때 그것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듯하다. 칼 자체 때문이 아니라, 칼을 손에 쥐고 긋겠다는 우리 자신의 결단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