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전문가들이 쓴 패션 관련 서적이 이미 많이 있는데, 패션 문외한이던 내가 어떻게 차별화된 책을 쓸 수 있을까 고민을 안고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가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어려움을 몸소 겪으며 바닥부터 하나하나 체험해갈 수 있었어요. 그 짜릿하고 보람찬 ‘패션 도전기’를 이제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저는 《드레스 코드》를 준비하면서 ‘패션은 마음이다’라는 주제를 정하고 거기에서 출발했어요. 옷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고 그걸 드러내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패션이라고 믿고 있거든요. 그래서 유행이라는 건 ‘시대의 마음’이라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옷으로 나의 마음을 드러내려면 우선 옷을 입는 기술이 필요하겠죠. 제가 생각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술은 ‘옷을 입음으로써 내 몸을 훨씬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어떤 뛰어난 스타일리스트도 나보다 나를 더 잘 알 수는 없습니다. 설사 그런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한다고 해도, 그가 나의 매일매일을 스타일링해줄 수는 없을 거구요.
그래서 최선의 방법은 우리 스스로가 스타일리스트가 되는 거예요. 그리고 자신을 모델로 옷을 입혀보는 것이지요.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이제 시작해보세요.”
흔히 내 작품의 주 독자층인 중고생들은 어른인 내가 자신들의 심리를 잘 이해한다는 사실을 신기해한다. 하지만 그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당시의 내 경험과 감정들을 비교적 소상히 기억하고 있는 편이고, 지금까지도 그 시절에 대한 짙은 향수를 가지고 있다. 내가 계속해서 중고생들을 위한 작품들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그 또래에 대한 애정, 더 나아가 강한 집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어떤 종류의 집착이냐 하면, 내가 완전히 누리지 못했던 행복에 대한 보상 같은 것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은 분명히 내 인생의 절정, 내 정신 세계의 풍요로움으로는 최고의 시절이었고 유일하게 다시 돌아가고픈 시간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 때문에 겪어야 했던 고통 또한 만만치 않았다. 나는 반복적으로 작품들을 통헤 그 시절로 돌아가 그때의 나를 어루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