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쓰는 일이 좋은 시를 만드는 길과는 다를지 몰라도 만록총중홍일점‘많은 푸른 잎 속에 오직 하나의 붉은 잎’에 초점을 맞추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땀을 흘리고 난 뒤에 기다림을 심는 나의 모습은 무작정 앞으로 가는 일이 전부가 된 듯하다. 더불어 가까이 어디쯤에서 내삶의 간이역이 종점이 될 것도 받아들이기로 작정하고 햇살 빛나는 찬란한 세상에 가슴이 뛴다.
무작정 시를 쓰기로 작심한 나의 계획서에 바람자락이 들어왔다. 비록 만족의 창고倉庫 는 아닐지라도 쌓여가는 양식은 빛나는 약속을 향해 손짓을 보내는 것 같다.
이 착각에 나의 운명은 가속加速을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인가를 헤아리는 길에 또 다시를 계획한다. 물론 비틀거림을 이끌고 멈추어야 할 날까지 무사한 감수성의 건강을 염원한다.
― 책머리에 中
미쳐서 행복한 것과 행복해서 미치는 것은 행복이라는 말의 중심에서 보면 다름이 없을 것 같다. 사랑이라는 말에서도 결국은 자기와 대상이 하나로 완전히 결합될 때는 무아경의 깊이에서 나도 없고 너도 없는 지경에 당도하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리라. 은퇴이후 나는 문사원의 숲에서 오로지 초록과 하늘과 바람을 느끼면서 시와 만나는 일상이 하루 종일이고 황혼이 오면 멀컨히 바라보면서 별을 헤아리는 길을 되풀이 한다. 세상의 소란과 일정한 거리에서 오로지 창작의 심연에 빠져 허우적임이 그만큼 익숙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