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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이름:진동규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45년, 대한민국 전라북도 고창

직업:시인

최근작
2020년 7월 <아리아리 하늘 메아리>

구시포 노랑 모시조개

은하 저편의 별 하나 '슈메이커레비'라는 별이 목성과 합해지던 날, 나는 그때 잡혀 있던 여행 계획을 취소해버렸다. 별들이 서로 눈이 맞아서 하나되는 순간을 내 집에서 보고 싶어서였다. 은하 어디를 떠돌다가 태양계의 목성에 끌려버린 것이다. 초속 육십 킬로미터였다. 우리 자동차가 시속 육십 킬로미터니까 우리 자동차보다 삼천육백 배나 빠른 속도인 셈이다. 눈을 감아야 보이는 속도다. 슈메이커와 레비의 망원렌즈에 잡히고부터도 십 년을 그 속도로 질주했던 것이다. 자체의 뜨거움으로 바스라져버리고 바스라진 조각들이 일렬로 달려오는 모습이 망원경에 포착되었을 때는 진주목걸이처럼 보였던가보다. 진주목걸이는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아니, 우리 눈앞에서 사라졌다. 생성소멸이라니! 고체와 액체와 기체의 변화를 소멸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 그 자체가 생명운도의 큰 축이 아니던가. 우리의 시각으로 동물, 식물, 광물, 이렇게 나누지만 더 큰 축으로 보면 생명 아닌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날 진주목걸이가 지구에서 볼 때 목성의 뒤편으로 합류하는 바람에 TV 방영조차 불가능했지만 그것을 서운해할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우리의 시간으로 삼 일간에 걸쳐 스물일곱 개의 별들이 목성에 도킹하던 시간도 초속이라는 속도로 질주하던가. NASA 본부에서 그 별들의 결합하는 사진을 건네받아 보았지만 그것은 또 얼마나 부질없는 일이던가.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의 반짝임을 우리의 혈관에 이어놓지는 못하는 것이 아닌가. 만약에 그럴 수만 있다면 우리 맥박은 또 그렇게 뛸 것이고 힘찬 고동 소리를 낼 것이 아니겠는가. 둘리의 탄생에도 은하 저편에서는 별 하나 자리를 옮겨앉았을 터이다. 2003년 3월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

“덜하 노피곰 도도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정읍사의 첫 구절이다. 내장산 골짜기에 들어가보면 별별 희한한 짐승들이 다 모여산다. 틀어박혀서 산문 바깥 세상쯤 몰라도 좋은 놈들도 있고, 철 따라 한 철씩만 살다 가는 놈도 있다. 갈 때마다 들리는 새소리가 다르다 뻐꾹새·동박새·밀하부리·하얀눈이 오목눈이 소리도 다르지만 그 하는 지서리도 다르다. 거기 사는 짐승들이 만일 우리들의 행동거지며 소리를 지켜보고 듣는다면 어떻게 흉내낼까를 생각해본다. 저 생겨먹은 대로, 제 아구지 생겨먹은대로 논다고 할터이다. 지서리가 나면 양성모음, 음성모음, 중성모음, 이런 것들을 제 홍만큼씩 시늉하며 소리지르고 그런다고 할 것이 아닌가.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제 흥을 탄 감정이 그대로 실린 가락이 아닌가. 시를 쓴다고 몇 번이나 기를 세우고 또 꺽어지고 그러면서 여기까지 왔지만 나는 감히 저 가락을 따르지 못한다. 천년도 훨씬 더 먼 옛날, 우리 동네에 살았던 평범한 아낙네의 저 가락을 따르지 못한다. 내 시가 저만큼 제 감홍을 참되게 담아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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