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유학을 하고 있을 때 나는 가끔 폰다차 거리를 지나다녔다.
폰다차 36번지에는 화가 조르조 모란디가 모친과 세 누이와 함께 살던 집이 남아 있다.
화가의 집을 처음 방문했을 때, 놀랍게도 그의 그림 속에서 보아왔던 식기와 방과, 창밖 풍경이 그대로 내 눈앞에 있었다. 모든 게 이해되는 느낌이었다. 조르조 모란디의 그림은 그가 이 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을.
수많은 예술가들이 탄생시킨 작품에는, 그것을 제작한 아틀리에와 집이 있고, 공간과 풍경이 있을 것이다. 《예술가가 사랑한 집》에서는 예술가들의 사적 공간을 둘러보려고 한다. 여관 다락방에서 중세의 성까지, 작가가 직접 만든 아틀리에도 있고 농가도 있다. 예술가들의 위대한 작품과, 작업실과의 밀접한 관계를 알 수 있으며 그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한 인간으로 살았다는 흔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가의 기질이나 생활, 당시의 사회상과 같은 정보가 빠질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로트렉이 사회적 약자에게 시선을 돌렸던 것은 그가 장애를 지니고 있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며, 고흐의 작품 역시 그의 기질이나 가족, 친구와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고는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의 집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그들의 성격을 알게 되는 것이고, 일상을 들여다 보는 것이며, 당시의 사회를 이해하는 것과 연관된다. 그곳에 우리들의 생활환경이나 사회와의 차이를 보는 것으로 그들의 작품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보다 풍성하게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