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이른바 '스노든 사건'을 계기로 유엔 총회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프라이버시권(The Right to Privacy in the Digital Age)' 결의안이 통과됐다. 개인정보라고 하면 단순히 개인정보가 싼값에 팔려 나가 금융 사기에 활용될 위험을 걱정하던 수준에서, 일상에서 개인정보가 수집, 저장, 활용되는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인권'으로 보호돼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인식을 보여주는 결정이었다. 그리고 2016년 11월 21일, UN 총회에서는 다시 새로운 결의안을 채택한다. 이번에는 국가 정부의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에서 나아가, 민간 부문의 프라이버시권 침해에 대한 국가의 제재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갈수록 일상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시대를 맞이해, 디지털 환경에서 개인정보의 과도한 수집과 통제는 제한돼야 한다는 점에 대한 합의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여기서 보듯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통제하는 주체는 잠재적 범죄자나 테러 용의자를 추적하는 국가 정부일 수도 있고, 사용자가 관심 있을 만한 맞춤 콘텐츠를 알아서 챙겨 보여주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일 수도 있다. 정부에게는 범죄나 테러를 방지해 시민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목적이 있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하고 활용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일이 개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이뤄지는지 모르는 중에도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 문제는 설령 알 수 있다 하더라도, '본인의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합니다.'에 체크하지 않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을 켜면, 보고 싶지 않은 성형외과 광고가 나와 관련 있는 광고라며 친구의 게시 글과 나란히 올라와 있는 상황에 눈살을 찌푸리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페이스북을 탈퇴하자니 사회생활에서 소외될까 두려워 차마 그럴 수도 없다. 그렇게 무관심해서, 혹은 찝찝하지만 어쩔 수 없이 무심코 동의한 수많은 개인정보 처리 방침에 따라 내 개인정보가 기업과 정부의 손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지만, 그렇다고 개인에게 선택의 여지는 사실상 거의 없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러한 디지털 정보 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이 때로는 불합리한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저항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때로는 최소한의 '디지털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써 시도해볼 수 있을 법한 여러 가지 흥미로운 대안들을 보여준다. 물론 디지털 시대의 프라이버시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사회의 상충하는 다양한 가치들 속에서 새삼스레 부각되고 있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논의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가 아닌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 책이 다양한 사례와 대안들을 통해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디지털 프라이버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질문을 던져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