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먼저, 번역본을 통하여 한국의 독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영광입니다.
이번 단편집에 실린 스무 편의 소설을 쓰는 지난 7년 동안, 지구상에는 태풍, 지진, 전쟁, 홍수, 그리고 나날이 무능해지는 것 같은 정치인들에 이르기까지, 재앙에 이은 재앙이 우리의 상상력을 둔화시켜 왔습니다. 이처럼 세상이 뒤죽박죽 엉망이 되어갈 때 우리는 어디에서 도움을 구하려 할까요? 실망과 비극으로 점철되었던 근래, 시대의 망령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방법을 썼습니까?
마치 한 통의 폭죽처럼 구성된 이 단편집은 우리가 살고 있는 가장 현대적인 시대에 진행되고 있는 재앙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의도로 기획되었습니다. 중국의 폭죽은 원래 재앙을 불러온다는 귀신들을 놀라게 하여 쫓아버리려는 목적으로 발명되었다고 합니다. 여기 스무 편의 단편소설은 그 전통을 차용한 폭발력을 가진 글과 그림으로 전개됩니다. 이는 대형 참사에서부터 일상적인 비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재난을 잠재우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재앙에 직면함으로써, 우리가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얼마나 서로 닮은 존재인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한국어판 동시 출판에 부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