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 동원으로 군함도와 원폭으로 삶을 빼앗긴 채 나가사키 재일한국인 원폭 피해자로 살아 온 경상남도에서 온 한 소년과 나약한 어른이 되어버렸으나 댐 건설에 반대하며 고향 마을과 반딧불이를 지키려고 분투하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깨어나는 한 소년과 주민들의 이야기. 단편소설 두 작품을 통해 일제 강제 동원과 전쟁, 핵무기, 민족 차별에 시달리며 맞서 싸워 온 나가사키 재일조선인 · 한국인의 아픔과 이시키강 강변 마을에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과 기억, 그들이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결국 역사에 책임을 지는 윤리 의식, 곧 인간의 길에 대한 촉구이다. 전쟁과 가해의 역사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물론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에 있다 할지라도, 민중 한 사람 한 사람이 역사를 반성하며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살고 만들어갈 것인가에 책임을 지는 ‘역사윤리’의 필요성을 저자는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저자는 주로 일본인 독자를 대상으로 글을 쓰고 발언했지만, 일본뿐 아니라 한국의 독자 역시 이 책을 읽고 난 후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물으며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침략과 가해의 역사를 반성하기는커녕 침략의 시대를 긍정하며 역행하는 일본 정부의 우려되는 행보 속에서도, 다카자네 야스노리 선생과 같이 반세기 넘도록 역사적 반성을 관철하며 전후 보상 운동에 힘써온 일본의 시민이 있다는 사실을 속내 깊은 한국의 독자들이 알아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