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애견 숍 앞에서 실랑이를 하고 있는 아이와 엄마를 보았습니다. 아이는 강아지를 사 달라고 조르고, 엄마는 진땀을 흘리며 아 이를 설득하고 있었지요. 강아지가 생기면 이런저런 일을 해 줄 수 있겠냐는 엄마의 말에, 아이는 고개만 끄덕일 뿐 딱히 엄마의 말을 모두 이해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때 문득 반려견과 함께 살면서 생기는 책임감과 의무를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의 시작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과 응원으로 완성된 이 책이 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한 세상으로 한 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별에 있어 가장 오래된 기억은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입니다. 아침에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한 통. 깊은 슬픔에 빠진 사람들. 그리고 다시는 외할머니를 볼 수 없다고 말하는 어른들의 말. 어린 시절에 겪은 이별의 슬픔은 제대로 이해되지 못한 채 안개처럼 마음에 남아 있었습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저는 키우던 강아지들이 하나둘 제 곁을 떠날 때 역시 안개 같은 슬픔을 느꼈습니다. 어른이 된 뒤에도 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가슴을 뻐근하게 누르고 있었죠.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나 동물과의 이별 때문에 찾아오는 슬픔을 아이들의 눈으로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죽음이라는 엄청난 슬픔에 잠겨 있는 이들이게 잘 사랑하고, 제대로 슬퍼하면. 영원히 기억하는 법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씨앗을 뿌려 준 이사벨 씨, 튼튼히 기둥을 세울 수 있게 도와준 양혜원 언니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이 두 사람의 도움으로 태어난 이 그림책이 세상 많은 이들의 아픈 마음을 잘 보듬어 주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