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내 지나온 자취를 점검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얻은 생각은 내 삶이 끝없이 '앎'을 추구하며 지내온 과정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다. 이것은 뭐 그리 대단한 탐험의 길도 아니었고 또 대단한 성취를 얻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저 즐기면서 함께 해온 놀이로는 의미 없지도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평생 앎과 굼바꼭질하며 살아온 생애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공부꾼이라고도 했고 때로는 앎을 훔쳐내는 학문도둑이라고도 했다. 그저 앎을 즐기고 앎과 함께 뛰노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이 과정 자체를 그저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기로 했다. 혹시 이러한 앎의 유희에 흥미 있는 사라이 있다면 그 공감하는 바를 넓혀보자는 것이 하나의 취지라고 할 수 있다.
인류문명의 변화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눈을 더 크게 뜨고 더 멀리 내다봐야 합니다. 한밤중에 초롱불을 켜들고 시속 100킬로미터의 자동차를 몰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과학만으로도 안 되고, 인문학만으로도 안 될 것입니다. 또한 동양적인 것만으로도 안 되고, 서구적인 것만으로도 안 되며, 모든 영역의 지혜를 모아 신빙성 높은 이야기를 내놓아야 해요. 과거에는 초롱불만 들고 길을 나설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전조등을 밝히지 않으면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