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배낭여행지 유럽. 아무런 연고도 없는 머나먼 곳으로 여학생 혼자서 떠난다는 게 위험천만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부모님의 허락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이전 해에 별 탈 없이 한 달간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던 오빠의 '걱정 붙들어 매시라'는 말 한마디의 힘이 컸던 것 같다. 몽롱한 대학 생활에서 탈피해 그렇게 떠나온 유럽 땅은 내게 커다란 에너지를 던져주었다. 프랑스 파리에 입성해 드골 공항 차가운 의자에서 밤을 지새야 했던 첫날부터, 순탄치 않은 나날들로 가득찬 60여 일간의 일정. 기차여행이었기에 수도 없이 드나들었던 독일. 그곳의 매력에 빠져들어 유학을 결심해버렸고, 운명의 손에 이끌려 정말 다시 오고야 말았다. 여기 독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