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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장욱

출생:1956년

최근작
2024년 3월 <태양의 눈 기억함을 던져라>

두방리에는 꽃꼬리새가 산다

다섯 번째 시집 앞에서 떨린다. 이 땅의 딸 바보 아버지들, 딸을 시집보내고 여러 가지 상념으로 혼자 앉아 술 한잔한다드니…… 무엇이 나를 이렇게 외롭고 쓸쓸하고 설레이고 두렵고 홀로이게 하는가. 죽은 강아지를 흙으로 돌려보낸 아픔이 들어 있어서일까. 직장을 퇴직하고 내내 혼자 지내면서 이 시라는 녀석들과 씨름하였다. 출근하듯 아침엔 나의 두방리 정원에 몸과 마음을 모았다. 외로움은 행복이었다. 시를 쓸 수 있기에…… 이보다 더 나를 나답게 한 적은 없다. 흰 커피 잔이 참으로 편안한 친구였다.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야기도 하고, 웃어 주기도 하고, 눈물을 펑펑 붓어 주기도 했다. 온전히 나를 사랑한, 나에게 빠져 본, 나와 함께한 날들이 두방리 생활이다. 두방리에는 마을 숲이 아름답다. 백 년 넘은 노거수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나는 그 곁에 얹혀 즐긴다. 그 백 년 그늘 속에 꾀꼬리가 산다. 운다. 노래한다. 사랑한다. 새끼를 친다…… 나는 시를 쓴다. 그 꾀꼬리의 모든 것들이 나의 시가 되어 주기를 소망한다. 나에게는 진정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스승이 계시다. 고하 최승범 스승이시다. 미수를 넘어서셨다. 내내 강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오세영 교수님은 멀리 계시지만 내 안에서 나의 문학의 길을 이끌어 주신다. 두 분 감사합니다. 2021. 봄. 두방정원에서 장욱

민살풀이춤

한판 춤은 끝났다. 시집이 완성되었다. 봄이 오는 길 위에서 다시 뚫어 본다. 흰 영으로 가득 차 있다. 장금도가 보이고 세상이 보이고 춤을 보았다. 시조 300수로 쓰다 『민살풀이춤』 시집은 일제강점기 군산 소화 권번 장금도라는 한 기생의 ‘민살풀이춤’을 시조 300수로 써서 한 권 시집으로 묶어 낸다. 그리하여 전편의 시는 장단과 춤사위라는 하나의 끈에 줄줄이 연결되어 펄럭인다. 민살풀이춤은 살풀이 장단에 맞추어 추는 살풀이춤인데, 여느 살풀이춤과 달리 명주 수건을 들지 않고 맨손으로 추는 춤이라서 민짜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집필 방법은 <여무(女舞),허공에 그린 세월>(2004년 공연)에서 연희된 장금도의 민살풀이춤을 「장금도 민살풀이춤 춤사위 분석」(서정숙, 한국예술종합학교, 2008)1)의 논문에서 분석한 139장단 33춤사위를 바탕으로 춤사위 하나에 시 한 편을 1:1로 대응시켜 집필하였다. 이 시집은 총 6부로 구성되었는데, 2부 앞살풀이, 3부 자진몰이, 4부 동살풀이, 5부 뒷살풀이는 본래 연희 되는 춤의 구성이고, 1부는 춤이 시작되기 전 세월 속 그늘에 묻혀 있던 기생 장금도의 인생사를 투영해 보았다. 그리고 6부는 모든 춤이 끝나고 난 후 모든 것이 끝났다는 쓸쓸함과 생의 허무 어딘가로 춤을 보냈다는 아쉬움이 섞여 감정이 여러 빛깔로 여울져 있지만, 다시 마지막 시에서는 빈 대지 위에서 장금도 이후 또 다른 전수자가 이 춤을 고스란히 전승하기를 소망하며 새로운 무희를 형상화하였다. 감사드릴 분이 계시다. 이 시집을 집필하는 데 꼭 필요했던 장금도 민살풀이춤 춤사위 분석 논문의 내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흔쾌히 허락해 주신 서정숙(한국민족춤협회 이사장) 선생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장금도는 하늘에 스며들었지만, 할머니 아프지 마라 이마 짚어 주는 따뜻한 손길 같은, 어머니 외갓집 가는 가벼운 발걸음 같은, 조선의 춤 흰 빛 민살풀이춤은 영원하리라. 2021. 가을 두방정원에서

사랑엔 피해자뿐 가해자는 없다

새 시집을 엮는다. 그 동안 열정만으로 써댄 적지 않은 시편들을 차분히 추스려 보았다. 연작의 죄수 같은 번호들을 떼어 내고 하나하나 제목을 달았다. 제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어렵다. 헐렁하기 짝이 없다. 부끄럽다. 만용의 흔적들이 낮달처럼 창백하다. 시를 쓰는 건 내 삶을 먹는 것이요, 시집을 엮는 건 내 삶의 아쉬움을 떠치는 것이다. 다시 시를 쓰고 싶다. 내 시의 모자람을 알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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