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인간의 본능과 이성 중 무엇이 우월한가에 대한 의문에 봉착되어 버렸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에게 있어 선(善)이 먼저냐 악(惡)이 먼저냐 하는 과제와 같이 난해한 것이었다. 이 글을 완성하는 동안 나는 본능과 이성에 대한 우월 관계를 매듭짓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커다란 실수였다. 하지만, 지금의 난 후회하지 않는다. 아니 후회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듯하다.
나는 이번 소설에서 육체적이고 조건적인 사랑을 본능으로 그리고 정신적 사랑을 이성으로 정의했지만, 그것 역시 오답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본능과 이성을 구별할 변별력이 우리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들이 믿고 있는 이성이라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었고, 본능이라고 믿었던 것이 이성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