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독자들에게
우리 영국인은 예로부터 다소 냉정하고 초연하다는 평판을 얻고 있습니다. 영국에는 ‘stiff upper lip’(‘뻣뻣한 윗입술’이라는 뜻으로, 영국인의 강인한 민족성을 나타내는 표현)과 ‘keep calm and carry on’(‘평정심을 잃지 말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는 뜻으로,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에 대규모 공습이 예고된 가운데 영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사기를 돋우기 위해 제작한 포스터 내용) 같은 격언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진정한 감정을 억누르고 그저 삶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그럭저럭 살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항상 문제를 일으켜왔습니다. 자신의 과거를 무시하면 충족된 삶을 이룰 수 없지만, 자기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무시하고 그럭저럭 잘해나가는 척해도 충족된 삶을 이룰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이제 막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내 소설의 주인공인 벤은 많은 사람들이 이제까지 보여주었던 모습입니다.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곤경에 빠져 있고, 세상과 단절된 채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 처지입니다. 고장난 구형 로봇 탱은 그의 거울인 셈이지요. 가장 좋은 친구는 모두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탱은 벤과는 달리 감정을 감추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언제든지 감정을 거리낌없이 솔직하게 나타냅니다. 꼭 어린아이처럼. 누구나 탱 같은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당신이 목숨까지 바쳐서 보호하고 싶은 어린아이입니다. 아이가 버스에 타는 게 보이면 당신은 속도를 떨어뜨리고 싶어지죠. 당신은 아이를 통해 자신을 알게 됩니다. 탱은 그런 아이입니다. 하지만 탱은 다른 모든 사람의 아이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자녀를 능숙하게 다루는 친구를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약간 부러워하고, 그와 동시에 당신은 아이들을 다룰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안심하기도 합니다.
데뷔작인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나는 내가 사람들을 웃기기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 웃음을 이용하여 인간성 자체에 대해 생각하기를 좋아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삶의 모든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찾아내고,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고 모두 고려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예기치 않은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벤은 망가진 인간관계에 촉발되어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지만, 그 자신과 탱의 구원은 사실상 예기치 않은 사건들 속에서 발견됩니다. 렌터카 여행이나 공항에서 겪는 보안 검색 등등.
『내 정원의 로봇』은 과학 소설이 아닙니다. 코믹소설도 아니고 연애소설도 아닙니다. 이것은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에 시간을 내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여러분의 행복을 빌면서…···. -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저자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