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여 년을 아이들과 생활하며 살았습니다. 그들을 품어 안고 가르치며 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한 발 물러서서 되돌아보니 내가 가르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내게 가르쳤고, 내가 보듬고 품은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나를 보듬고 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아이들은 이제 가정을 꾸렸거나, 사회에서 제 몫을 하고 있거나, 강의실 뒷자리에 앉아 가슴을 타고 흐르는 시구들을 노트에 긁적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그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저는 시골에서 태어나 지금도 태어난 그 시골에서 살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보는 모든 것들이 동시로 다시 태어난답니다. 그래서 제 동시는 시골스럽고 더 정감이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공부하다가 머리 식히고 싶을 때, 시골로 놀러가고 싶을 때 제 동시밭으로 오세요. 고양이가 꽃밭에서 누굴 만나는지, 으스대며 잘난 척하는 칼이 왜 휘청거리는지, 도꼬마리 수류탄을 어디로 던지는지 알 수 있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여러분들을 기다릴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