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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유장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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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마산의 근대사회>

마산의 근대사회

이 책에 실린 논문들은 거의 40여년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온 마산에 관한 나름의 연구 성과이다. 어떤 점에서 나의 마산생활 자전이기도 하다. 천성인 탓인지 새로운 공간이나 관행, 관계 등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편이다. 마산에 정착한 이후의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낯선 것들은 많았다. 사람, 언어, 음식, 기후, 자연환경 등등 따지자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생선회를 처음 먹은 곳도 마산이었고, ‘갱상도’ 말 중에서는 아직도 처음 듣는 단어들이 종종 있을 정도이다. 그 점에서 젊은 시절의 마산 이주는 인생에서 낯선 만큼 극적인 것이었다. 반면 한번 자리를 잡으면 잘 움직이지 못하는 천성까지 타고난 것인지 40여년을 용케 버텨왔다. 교육과 연구라는 주어진 과제가 너무 중차대했기 때문에 한눈팔 겨를도 없었지만 나를 믿어준 은사님들이나 경남대학교 당국, 동료 교수들, 가족들의 성원도 나를 버티게 해 주었다. 점차 생활에 익숙해질 정도의 세월이 흐른 뒤, 나는 내가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자문하게 되었다. 마산사회에서 또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나의 주전공인 중국근현대사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국내에서는 나름대로 학문적으로 공헌한다고 하지만, 학자를 키우기 어려운 지방대 역사학과에서 이러한 고민은 사실상 나만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더구나 변방 도시가 안고 있는 특성과 한계도 있었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 내가 택한 방법은 두 가지 정도였다. 하나는 인식론적인 것으로서 나와 내가 사는 곳을 우주의 중심에 놓으면서 더불어 내가 하는 바의 일들 역시 그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이 자리를 잡으면서 마산이 단순히 한국의 변방도시가 아니라 동아시아의 중심지나 결절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또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교두보의 기능도 가능하였다. 말하자면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사고해보면 기왕의 구조인 중앙과 지방이 안고 있는 지정학적 위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다. 나아가 이는 변방에서 보는 중심 혹은 주변에서 보는 중앙이나 국가라는 나름의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잡아 갔다. 근대역사학의 주요 특징인 국가사나 민족사에 대해 나름대로 대응하는 정합적 지역사의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던 것이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새롭게 설정된 중심지로써 마산을 인식하게 될 때 도대체 이 도시는 어떠한 역사적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가하는 문제였다. 그런 의문으로 마산의 역사에 관한 논저들을 살펴보았지만, 학문적으로 접근한 성과들은 거의 없었다. 결국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마산역사 관련 자료들을 읽고 토론하고 답사하면서 위의 두 가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려고 하였다. 마산에 관한 논문은 2000년대 초부터 쓰기 시작하였다. 마산사의 기본 자료에 관한 것들을 우선 살펴보았고, 이어 도시 사회 자체에 대한 연구로 진행되었다. 허정도 선생과 조호연 교수와 함께 쓴 신마산 사회의 형성에 관한 연구가 그것이다. 신마산은 개항 이후 설정된 대한제국의 조계지였는데, 그것이 어떻게 일본인 사회로 변하게 되었는지를 관찰한 것이다. 나의 주된 관심 중의 하나는 전통과 근대를 이분법적으로 보기보다는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인근 주변지역과 연계시켜 관찰하는 것이었다. 동아시아의 근대를 연구하는 사회사가들 사이에서는 18세기가 ‘가장 긴 18세기’라는 데 대개 동의한다. 이에 의거하면 마산 역시 18세기 중엽의 조창 개창 전후부터 근대초기로 간주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며, 그에 대한 논의가 마산의 근대에 대한 성찰로 시도되었다. 서원골에 대한 검토도 그 일환이었고, 상남동 역시 그러한 의도를 담고 진행된 연구이다. 일본의 조선에 대한 식민지배는 한국의 역사에서 충격적이었는데, 그것은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역사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저항세력의 형성과 그 양상 속에서 창신학교와 독립운동가 이교재 선생을 다루어 보았다. 이러한 비정상적 지배체제기에 도시민의 일상이 어떻게 펼쳐졌는지도 역시 중요한 주제였다. 목욕탕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항시 그렇지만 글을 쓰고 난 뒤에는 무언가 허전하면서도 아쉬운 대목이 없지 않다. 무지의 영역에 대한 시도인 만큼 만용도 있을 것이고 오류도 적지 않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개별적인 연구를 기초삼아 3세기에 걸친 마산근대통사를 쓰면서 오류를 바로 잡고 좀 더 튼실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논문을 책으로 내는 과정에서 과도한 분량으로 인해 자료에 관한 고찰과 지역에서 역사를 재해석하고 다시 쓰는 현상을 분석한 글은 싣지 못하였다. 또한 모든 글들은 책 출간에 맞추어 최신의 연구 성과를 반영하고 논문 체제를 동일하게 맞추는 한편 부자연스런 문장이나 맞춤법 등을 수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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