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고, 환희에 차 있으며, 야만스럽고, 행복하고, 기상천외하며, 기괴하고, 도저히 살 수 없을 정도고, 인간을 해방시키며, 끔찍하고, 종교적이면서도 종교 중립적인 사회. 21세기는 이런 모습일 것이다.
이 사전만큼 21세기를 잘 비유할 수 있는 책은 없다. 이 사전은 첫 단어부터 마지막 단어까지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도 있고 이곳 저곳 되돌아가며 산책하듯 읽을 수도 있다. 또 늘 곁에 두고 당황했을 때나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 잠시 들러 안식을 얻을 수 있다.
이 사전은 그 형태 자체가 미래를 말하고 있다. 미래에는 마치 항해하듯 책을 읽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각자가 미래에 대해 던져 볼 수 있는 주요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놓으려 애썼다.
어떤 지역으로 부가 집중될 것인가? 과학이 인간의 생활양식, 인간과 죽음의 관계, 교육, 오락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 것인가? 사람들은 어떤 야망과 어떤 모험에 인생을 걸 것인가? 어떠한 전쟁과 환경재난이 인간을 위협할 것인가? 자유와 연대, 이동과 정착 사이의 대립을 어떻게 조절해 나갈 것인가? 어떠한 관습이 용인될 것인가? 서양문명이 여전히 지배적인 문명일 것인가? 미국은 지정학적 패권을 유지할 것인가? 시장과 민주주의 외에 다른 체제가 존재할 것인가? 아직도 혁명이 가능한가? 무엇보다도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프랑수아 미테랑은 민주주의적 정치인이라면 지니고 있으며, 지녀야 할 품위를 보편적 방식으로 구현했다. 그는 가치들을 신뢰하고, 이들을 획득해 나누어 줌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경영능력의 소유자였다. 비전, 카리스마, 경영능력이라는 세 가지 자질을 모두 갖춘 정치인은 거의 없다. 첫 번째 자질만 갖춘 정치인은 일반적으로 모호한 이론가다. 두 번째만 갖춘 정치인은 위험한 선동정치인이다. 세 번째만 갖춘 정치인은 상상력이 없는 보수정치인이다.
프랑수아 미테랑은 세 자질을 모두 갖추어 세 가지 덫을 모두 뛰어넘었다. 그는 20세기 후반기 모든 시련들을 잘 헤쳐 지나갔다. 미테랑의 일생은 2차 세계대전, 동서냉전, 남북문제, 중동분쟁, 동유럽의 공산주의 몰락, 소련 제국의 멸망, 중국과 일본에 대한 정책과 미국과의 외교문제 등을 잘 이해하게 해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의 삶은 알아둘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민주주의시대를 개막해 민주주의의 요구들을 재어서 헤아리는 것이 중요과제인 한국에는 더욱 그렇다.
한국은 그 자신에 대한 미래의 비전과, 이웃나라들, 그리고 세계의 나머지 나라들과의 관계에 대한 비전이 필요하다. 한국은 또한 유럽을 잘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일반정치인과 국가원수를 구별할 수 있는 성찰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독일의 역사를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남북이 통일되는 순간이 올 때 독일과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