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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이름:이홍섭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5년, 강원도 강릉

직업:시인

최근작
2024년 10월 <네루다의 종소리>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

시들을 정리하면서 내내 빗소리를 들었다 덕분에 시집의 부피가 많이 줄었다 따끈한 수제비가 먹고 싶다

강릉, 프라하, 함흥

첫 시집을 열었다 닫고 나면 온몸이 노곤해진다. 경포해변에서 안목해변까지 걸어가며 만났던 투명한 햇살과 아지랑이들…… 두 발이 땅에 닿지 않으면 해송 아래 모래를 파고 잠들었던가. 그로부터 너무 멀리 왔거나 그로부터 너무 멀리 가지 못했다. 2022년 겨울

검은 돌을 삼키다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맡에 놓아둔다.

검은 돌을 삼키다

산에 가면 한 그루 나무가 되고/ 바다에 닿으면 한 굽이 파도가 되어야 하는데/ 그리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시집은 꽤나 오래 묵혀 두었다./ 바람이 다 쓸어가길/ 구름이 다 실어가길 원했으나/ 또한 그리되지 못했다.// 건달을 꿈꾼 지 오래 되었으나/ 내 몸에서는 노래와 향기가 흘러나오지 않는다.// 갈 길은 먼데, 백일홍 나무는 또 부르르 몸을 떤다.

곱게 싼 인연

백담계곡으로 떨어지는 낙엽이 하 이뻐서 절로 찾아들던 때가 벌써 십여 년 전이다. 그동안 나는 처음 손을 이끌어 주셨던 노스님의 사랑을 받으며, 비승비속으로 터벅터벅 걸어 왔다. 그러나 뒤돌아보니 거기 무엇 하나 이룬 것 없는 빈털털이 청맹과니 구름만 지나갈 뿐이다. 일찍이 서산대사는 <선가귀감>에서 '변소에 단청하지 말라'고 경계했는데, 책을 내는 지금 나의 모습이 바로 그 꼴이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 책으로 인해 함부로 절밥을 축낸 죄가 어느 정도 감해지고, 과분한 자비를 베풀어 주었던 절집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네루다의 종소리

돌이켜보니, 존경과 사랑이 넘칠 때 시도 충만했던 것 같다. 한동안 시를 쓰지 못하면서 내 속에 넘치던 존경과 사랑이 다 어디로 사라져 갔을까에 대하여 깊이 참구했다. 시집을 엮는 내내 경포호수 습지에서 만난 적이 있는 자주색 가시연꽃이 자꾸만 생각났다. 꽃이라기보다는, 나 여기 살아 있다고 외치는 주먹손 같았던 가시연꽃. 그 작은 꽃이 온몸에 가시를 두른 것이 참으로 처연했다.

숨결

지금 이곳은 어느 한적한 바닷가입니다. 밤바다가 해변에 기대어 한낮의 날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저도 누군가의 등에 기대어 가만가만 숨결을 느끼고 싶습니다.

터미널 (일반판)

산 첩첩하고 물 중중한 강원도 오지에서 자랄 때, 집 뒤에 대처승 가족이 살던 움막 같은 집이 한 채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그 집과 우리 집 사이에는 내가 좋아하던 심배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그 대처승에게는 올망졸망한 자식들이 줄줄이 달려 있었고, 마당 가득 가난이 널려 있었다. 대처승은 늘 아침 일찍 마당에 나와 무연하게 먼 산을 바라보곤 했다. 나는 심배를 주우며, 입 안 가득 침이 넘치도록 신 심배를 먹으며 그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곤 했다. 그 이후 나는 삶이 턱없이 남루해 보일 때면 심배나무 아래 나를 세워놓고 그 텅 빈 마당을 떠올리곤 했다. 첩첩한 산 너머, 중중한 물 건너 무엇이 있으랴만, 이 삶의 오지에서 시 아니면 또 달리 무엇을 구하겠는가. 서러운 자식 같은 시들을 마당 가득 널어놓고 보니, 지금까지 이어온 내 삶이 먼 산에 가닿던 그 무연함과 이를 바라보며 삼키던 심배의 그 징한 신맛 사이를 오간 것이 아니었는가 싶다. 물론 시도 그러했을 것이다. 2011년 7월

터미널 (특별판)

산 첩첩하고 물 중중한 강원도 오지에서 자랄 때, 집 뒤에 대처승 가족이 살던 움막 같은 집이 한 채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그 집과 우리 집 사이에는 내가 좋아하던 심배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그 대처승에게는 올망졸망한 자식들이 줄줄이 달려 있었고, 마당 가득 가난이 널려 있었다. 대처승은 늘 아침 일찍 마당에 나와 무연하게 먼 산을 바라보곤 했다. 나는 심배를 주우며, 입 안 가득 침이 넘치도록 신 심배를 먹으며 그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곤 했다. 그 이후 나는 삶이 턱없이 남루해 보일 때면 심배나무 아래 나를 세워놓고 그 텅 빈 마당을 떠올리곤 했다. 첩첩한 산 너머, 중중한 물 건너 무엇이 있으랴만, 이 삶의 오지에서 시 아니면 또 달리 무엇을 구하겠는가. 서러운 자식 같은 시들을 마당 가득 널어놓고 보니, 지금까지 이어온 내 삶이 먼 산에 가닿던 그 무연함과 이를 바라보며 삼키던 심배의 그 징한 신맛 사이를 오간 것이 아니었는가 싶다. 물론 시도 그러했을 것이다.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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