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생(前前生)에 청년 향봉이 있었다.
옹골팍진 성격이나 눈물이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고, 불칼과 일방통행이 그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치열한 듯하나 허술했고, 집념이 강한 듯하나 흔들리는 어금니처럼 헐떡임도 달고 살았다. 어찌 보면 그는 바람개비였고 부평초였다. 나그네이면서 순례자였다. 용기와 패기는 있었으나 타협과 배려는 없었던 고집불통 향봉이었다.
『사랑하며 용서하며』는 스물여섯에서 서른 살에 이르는 향봉의 찌그러진 자화상이다. 순례자의 수첩이다. <불교신문사>에서 심부름하며, 천둥벌거숭이로 부딪치며 방황하며 흔들리는 모습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제 머리 허연 한 마리의 짐승이 되어 지난날의 추억 줄기를 되돌아보고 있지만, 가슴 싸한 아픔만큼 눈물방울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마음을 열어 누군가와 말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군불 지피듯 이해를 넓혀갈 수 있는 디딤돌과 버팀목이 그리운 오늘이다.
행복과 자유, 그리고 빛을 향해 떠나는 게 인생의 나그넷길이다. 그러나 빛은 짧고, 어둠은 길게 허무의 그림자처럼 누워 있다.
젊어서도 늙어서도 빛과 그림자는 타는 목마름으로 외로움의 터널에 갇혀, 헐떡이는 호흡처럼 더러는 흔들리고 더러는 방황하며 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