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때였나 봅니다.
일본군 ‘위안부’가 무엇인지 책에서 처음 읽었을 때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면서도 마음 한 편에서는 줄곧,
마치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빚을 진 것처럼
무언가 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고부터는 또
언젠가 그 그림을 그려야겠다 생각해 왔습니다.
이제 나이 오십이 되어서야 그림책으로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를 세상에 내어놓습니다.
3년 전 스케치를 시작하면서부터 몸도 마음도 많이 아팠습니다.
이 책을 끝낼 즈음이 되니
이웃의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꾸만 눈에 뜨입니다.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전쟁과 폭력, 무지와 야만, 차별과 무시에
반대하고 저항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는 걸 느낍니다.
이 책은 한·중·일 평화그림책 프로젝트의 하나로 시작하였습니다.
세 나라의 작가, 편집자들과 대화하며
생각을 더 넓고 깊게 다듬어 올 수 있었습니다.
그 한 분 한 분,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누구에게나 살아가면서 힘든 시기가 있을 거예요. 그걸 견뎌 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보다 우월해야만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인간의 몸은 스스로 치유하고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누구나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세상을 새롭게 바꿀 힘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