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든 것은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다. 그 주체는 한 개인일 수 있고, 개인이 속한 직장, 기업뿐 아니라 특정 직업군이 될 수도 있다. 바쁜 일상생활 중에 종종 역자를 포함하여 우리가 몸담고 있는 진로상담이라는 직업군은 현재 어느 성숙 단계에 와 있는지 생각해 본다.
진로상담이라는 분야가 국내에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20여 년 전과 비교해 볼 때 그 양적 성장은 실제 비약적이라 할 만하다. 실로 많은 전문가들이 양성되었고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무서울 정도의 양적 성장은 과연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라는 긍정적인 두려움을 갖게도 한다. 특히 다양한 활동 배경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 함께 속해 있는 진로상담 기준들이 특성상, 업무 수행에 관해 이해상충되는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이 다듬어지지 않은 채 공존하고 있다. 이해상충되는 많은 기준들이 공존한다는 말은 아직 그 구성원들이 자기 개인의 가치를 기준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는 얘기이고, 공통의 전문가 가치를 도출하기 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역자는 국내 진로상담전문가와 실무자들이 합의된 국내 진로상담 윤리를 도출하기 위한 단초를 제공하고자 한다. 그 첫 발걸음으로 역자는 우리보다 먼저 전문가 윤리를 마련한 미국 National Career Development Association에서 사용하는 진로상담사 진로상담 윤리 훈련 교재를 번역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교재는 진로상담사가 현장에서 자주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8가지 사례를 선정한 후 그 해결과정에 필요한 실제적인 팁들에 대한 설명을 싣고 있다. 선정된 사례는 고전적이나 지속적인 다중관계 관련 이슈부터 SNS와 온라인 가상 아바타를 활용한 진로상담 영역까지 다루고 있는데, 이는 진로상담이 최첨단의 과학 기술 수준과 함께 발맞추어 가야만 하는 직업군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세부 윤리강령들이 어떠한 기본 철학적 전제 위에 세워졌는지에 대해서도 심층적인 내용을 싣고 있어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철학적 자산과 최신의 기술 자산이 동시에 함축된 내용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역자는 국내 최초로 미국 NCDA 윤리강령 전문을 번역하여 이 책에 실었다. 실생활에서 진로상담전문가 윤리에 익숙하지 않은 대학, 기업 등의 소속 구성원들과 함께 일하고 그들을 설득해야 할 때 이 책에 실린 진로상담 윤리강령 전문은 내담자뿐 아니라 우리 개인과 소속 기관, 전문가 집단을 보호해주는 중요한 자원과 수단이 될 것이다.
최종 목표는 국내 고유의 맥락이 반영된 진로상담 윤리강령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간 다른 나라의 윤리강령의 내용과 그 제정과정, 시행착오를 이해하고 살펴보는 일은 보다 나은 국내 상담 윤리강령 제정을 위한 좋은 출발점이 될 것으로 믿는다.
마지막으로 진로상담 업계에서 상담 윤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해 주신 박영사 장규식 과장님과 정성스러운 편집을 해준 조보나 대리님에게 고마움을 마을을 전한다. 아울러, 상담전문가가 아님에도 높은 수준의 철학적 화두를 던져주고, 길었던 번역의 시간을 함께 감내해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