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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윤중호

출생:1956년, 대한민국 충청북도 영동

사망:2004년

최근작
2022년 3월 <윤중호 시전집: 詩>

고향 길

어떤 날인가, 터덜터덜 완행버스를 타고 오지를 지나는데, 외딴집 흙담에 지난 겨울 시래기가 대롱거리고 있더라구요. 그걸 보니까(제가 원래 시래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갑자기 내가 이제껏 해온 짓들이 누추하기 짝이 없더라구요. 이렇게 살다가는 '따뜻한 시래기죽 한 그릇'도 못 되겄드라구요. 내가 쓴 시나 내 삶이 외롭고 허기진 사람들에게 '따뜻한 죽 한 그릇'이 되었으면 고맙겠다는 얘기지요. 우리가 아무리 잘난 척하며 살아도 결국 우리는 모두 측은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시래기)이니까, 여기서 맺은 인연을 소중하고 고마운 것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려면 몸 안에 있는 물기(탐욕이나 욕심 같은 것)를 지워야지만 '따뜻한 죽 한 그릇'이 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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